"美 본토타격 가능 북핵 완성되면 남북한 결전때 참전 어려워"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북한의 지난 9일 제5차 핵실험 이후 여권에서 급부상중인 '핵무장론'이 19일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주관 토론회에서 본격 논의됐다.

김영우 국방위원장과 군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반도 정세 이대로 좋은가? 핵무장 논쟁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발제자로 초빙해 북핵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춘근 선임연구위원 주장의 요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남북 대치 국면에서 미국의 개입을 배제하고 남한을 전쟁 없이 접수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으로, 남한은 재래식 전력과 방어체계 등 '전술적' 문제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북핵에 대한 보복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주제 발표에서 미국과 소련 간 핵전쟁 발발 이후 사태를 다룬 영화 '그날 이후(The day after·1983년 미 ABC TV 방영)'를 거론, 이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말도 안 되는(absurd)' 영화라고 혹평했다며 "'우리만 죽지 않는다'는 것으로, 미국은 소련에 완벽한 보복력을 갖췄고 소련이 미치지 않는 한 공격할 수 없었다. 결국 둘 다 핵무기를 가졌지만 미국이 게임(냉전)에서 이기는 걸로 끝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가 북한이 핵을 만드는 본질에 대해 잘 모른다"며 북한의 핵무기가 서울을 타격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고, "그 목적에 대해서도 '미국과 싸우기 위해 만든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건 북한의 전략적 사고를 너무나 무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은 미국에게 '난 너와는 싸우지 않겠다'는 말을 수십년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화조약을 맺자 하고, 주한미군을 나가라고 하고, 불가침 조약을 맺자고 했지만 다 이루지 못했다"며 "미국과 전쟁하지 않기 위해 만든 게 핵이다. 핵전쟁의 기본은 '어떻게 전쟁하지 않고 이기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시애틀까지 공격 가능한 핵무기가 만들어지는 날 북한은 남한과 통일을 위한 결전을 벌일텐데, 그때 미국이 한국 측에 서서 참전해주기 매우 어렵다"며 "서울을 구하기 위해 LA를 포기하는 건 바보같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가운데)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한 '한반도 정세, 이대로 좋은가?'를 핵무장론 관련 토론회에서 남한의 독자 핵무장 또는 대북 선제타격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사진=미디어펜


이 연구위원은 북핵은 정권의 존립이 걸린 문제로서 대화를 통한 폐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핵 포기가 가능한 상황은 "대한민국이 자기 것이 되는 게 100% 확실할 때 뿐"이라면서, 북핵이 결국 우리 것이 될 것이라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그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북한 것이 될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5만여기의 핵을 보유했던 소련이 패망한 이유에 대해선 "돈을 뜯어야 할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모두 핵무장을 한 상태라서 하지 못한 채 망하는 도리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현재 비핵국가인 남한을 상대하는 북한과 처지가 다르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역대 한국 정부의 ▲미국 전술핵무기 전량 철거 ▲핵개발 중인 북한에의 발전소 제공 ▲대규모 대북 자금지원 ▲'무력 행사'를 배제한 북핵 폐기 선언 ▲이미 핵 억지력을 지닌 4대 강국에 대한 과잉 의존 등을 지적한 그는 그동안의 방식을 "아무것도 안 하거나(Do nothing), 자비를 비는 것(Begging for mercy)"에 다름없었다고 맹비판했다.

군 당국이 북핵·미사일 공격 징후 포착 시 선제타격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킬체인'에 대해서도 ▲핵무기 자체가 항상 사용 조짐을 노출하는 무기이므로 핵 보복력 없이 무의미하다는 점 ▲선제타격 시 침략국이 되는 것은 물론 이후 단 한발의 핵이라도 용납할 경우 자멸을 자초한다는 점 등을 들어 '전략적 핵무장'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략적 차원에서 공세적으로 핵개발을 진행하는 북한과 달리, 남한이 핵을 배제한 핵추진 잠수함 등 여타 무기체계 도입·활용에만 집착하는 건 '전술적'이고 '수세적'인 대응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제 남은 방법은 두 가지다. 북핵을 무슨 일이 있어도 (선제공격으로) 제거하는 것과,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우리도 보유 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을 들어 "그것도 틀린 말이다. 전쟁은 수단이고 평화는 목적이므로 동치에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 엘리트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의 핵폭탄에 맞아 죽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국가가 되고, 그것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도 북한 김정은 밑에 깔려 우리가 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며 "결국 김정은이 그걸 못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엔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도 참석,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 각각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확장억제'가 있는 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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