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말만 남겨…구속영장 청구 여부 미지수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의 회장(사진)이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기 위해 20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 수사팀은 이날 오전 신동빈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오전 9시 20분경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나타낸 신동빈 회장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들어갔다.

신동빈 회장은 해외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 등 해외기업 부실 인수, 호텔롯데의 롯데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의 부당 지원, 롯데시네마 등 계열사를 통한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와 실제 경영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수년에 걸쳐 매년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100억원대 급여를 받은 점이 횡령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추궁할 예정이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국내 롯데 계열사 여러 곳에서 400억원대 급여를 받은 횡령 혐의도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파악한 신동빈 회장의 전체 횡령‧배임 혐의 액수는 총 2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압수수색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롯데그룹 수사는 이날 신동빈 회장에 대한 조사와 함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서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해 한 차례만 소환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3개월여 동안 진행된 이번 수사로 총 300여 명의 롯데그룹 관계자가 조사를 받았고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기준 전 롯데케미칼 사장이 구속 기소됐다. 또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이 검찰 조사 하루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마치고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등 총수일가를 모두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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