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실수를 저지른 김해진이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김해진은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95.11점을 획득, 전날 쇼트프로그램(54.37점)과 합해 총 149.48점을 얻었다.

김해진으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김해진은 전반적으로 큰 실수 없이 연기를 펼쳤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앞 점프의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무난하게 연기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연기 중반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 트리플 루프를 뛴 후 다음 구성요소인 트리플 러츠를 위해 빙판 구석을 활주하던 김해진은 펜스에 부딪혀 넘어졌다. 결국 트리플 러츠를 아예 뛰지 못했다.

마음을 다잡고 이후 연기도 무난하게 마쳤으나 김해진은 연기를 마친 직후 울상을 지었다. 결국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 김해진/뉴시스

처음에는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고, (김)연아 언니와 함께 올림픽에 나오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 김해진은 "어이없는 실수가 있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시니어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경험을 발판삼아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아쉬웠다"고 재차 말한 김해진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김해진은 "너무 당황했다"며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김해진이 우는 것은 '피겨여왕' 김연아(24)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김해진과 박소연(17·신목고)이 이번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우승, 한국에 세 장의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안긴 덕이다.

그는 "(김)연아 언니가 좋은 기회를 줬는데 너무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곧바로 마음을 다잡은 것은 김해진의 배짱을 엿볼 수 있던 부분이다.

그는 "연습이 아니니 빨리 잘하자고 생각했다. 이후 연기를 잘 했는데 끝나고 나니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빙질은 어제와 비슷했다"는 김해진은 "메인링크에서 몇 번 연습을 하지 못해 크기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것 같다. 펜스에 걸린 것은 나의 실수"라고 강조했다.

김해진은 "쇼트프로그램을 잘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스스로 위안한 후 "다음에는 이런 실수는 하지 않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첫 올림픽을 마친 김해진에게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빨리 연아 언니를 응원하고 싶다. 언니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이 선수로서 펼치는 마지막 연기다. 그는 소치올림픽을 마치고 은퇴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김해진은 은반 위를 떠나는 김연아를 향해 "너무 큰 기회를 만들어준 언니에게 고맙다. 큰 무대 경험을 쌓아 앞으로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