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조석래 회장등 선고 대기, 형사처벌땐 신성장동력 고갈

   
▲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지난 11일 고등법원에서 김승연 한화회장에게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함으로써 다시 “유전무죄”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11년 1월 기소된 후 4개월간 법정구속, 13개월간 구속집행정지 등을 거치면서 만 3년 이상 고초를 겪어온 김 회장에게 대한 우리 사회 일부의 시선은 아직도 곱지 않은 듯하다.
더욱이 앞으로도 김회장과 같은 상황에 있는 최태원 SK회장, 조석래 효성회장, 이재현 CJ회장, 이호진 태광산업회장 등 재계총수들에 대한 형사판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당분간 “유전무죄”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재벌총수의 형사처벌에 대한 당부를 논함에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유전중죄”다. 대부분 언론들은 “유전무죄”만을 지적하고 있지만,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형사처벌을 받는 “유전중죄”에 대하여도 비판적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돈 많은 이들 중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죄를 범한 경우도 있겠지만, 기업의 총수로서 기업이라는 조직을 위한 “경영판단”의 방법으로 위법을 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알면서 고의로 위법행위를 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경영상 복잡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위법한 결정을 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법부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가져오는 경제범죄에 대하여는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총수에게 감독책임을 부과해 형사처벌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재벌 총수나 사회지도층 인사에 대하여는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물어 왔다.
또한 과거에는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분위기 쇄신과 권력기반 강화, 민심획득을 위해  경제인에 대한 대대적 형사처벌을 해 왔다. 어찌 보면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정치권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따라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유전무죄라는 비판만이 능사는 아니다.
 

   
▲ 재계총수 등 기업인들이 개인적 치부를 하지 않고, 회사를 살리고, 그룹경쟁력 강화를 위해 하는 투자 등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폭넓은 경영자율을 허용해야 한다. 형사처벌을 면해주거나 감해줘야 한다.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모험적인 기업가정신이 위축돼 우리경제의 신성장동력은 고갈될 것이다. 재계총수들이 지난1월 올해 첫 회장단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김승연회장에 대한 판결에서도 법원은 개인적 치부라기 보다는 경영판단이라는 점을 인정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여전히 경영판단 원칙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한번 깊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업가의 모험적 경영판단과 형사처벌의 상관관계이다. 선진국,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경영판단 원칙을 판례법상 정립하여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은 경영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면해주는 법률적 환경을 확립한 바 있다. 즉, 모험적 경영판단이 허용되는 사법제도를 정립해 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유전중죄”라는 정서하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사법제도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모험적이고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을 점차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을 고갈시켜가는 주범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적 이득이 아닌 회사경영상 필요에 의한 모험적 경영판단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을 면해주거나 형을 감면하는 관행의 정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이는 박근혜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실현과도 직결되는 과제이기도 하다.
 

물론, 경영판단이라는 이름하에 간접적으로 기업총수 등이 이득을 보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된 목적이 무엇이었는가를 중심으로 유죄여부와 구속여부를 판단한다면 이러한 부작용도 최소화하면서 미국처럼 모험적 기업가 정신이 우리 사회를 유지·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한화 김회장에 대한 선고를 필두로 조만간 SK 최태원 회장, CJ 이재현 회장, 동양 현재현 회장, 효성 조석래 회장, 태광 이호진 회장 등에 대한 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에 대한 무조건적 솜방망이 처벌은 우리나라의 사법질서에 부담을 줄 수 있고, 경제질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재계총수 경영판단의 주된 목적이 개인적 이득이나 치부보다는 회사와 그룹의 이익을 위한 것에 대해서는 면책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줘 배임죄의 공포를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이사회 의결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신규 투자등에는 경영상 자율권을 보장해줘야 기업가정신이 되살아나 투자와 일자리창출이 이뤄지고, 박대통령의 창조경제도 봄을 맞아 화사한 꽃을 피울 것이다.  기업인의 경영판단과 투자, 계열사 지원등에 대해 엄격한 형사적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자칫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고갈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고려해야 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