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상승 탄력을 잃으면서 국민연금이 그 원인으로 지목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지난 6월 위탁운용사에 투자 유형별로 벤치마크지수(BM)를 20~50%이상 복제하도록 지침을 내리면서 코스닥지수의 하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7월 1일부터 9월 21일까지 3.33% 상승한데 비해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0.4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 대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이에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내린 복제율 지침이 코스닥지수의 상승세를 억누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대형주는 BM의 50% 이상, 중소형주는20% 이상을 복제해야 한다. 이는 노후 대비 자금인 국민연금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국민연금의 설명이다. 지난해 중소형주 쏠림 현상이 나타나 위탁운용사들이 대거 중소형주를 사들였지만 올 초부터 대형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국민연금 지침 때문에 중소형주를 팔아 억지로 대형주를 사들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훈중 사학연금 투자전략팀장은 “중소형주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올해 시장이 좋지 않으면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7월 1일부터 9월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3836억원 규모를 사들였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297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자산운용사 등을 의미하는 투신권은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399억원을 순매도해 코스닥시장 매물(5927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투신권을 포함한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6조6974억원을 내다팔았고 코스닥시장에서도 1조7725억원을 순매도했다.

유가증권 시장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외국인으로 6조4721억원을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순매수세를 기록하긴 했지만 10분의 1도 안되는 4542억원 수준에 그쳤다. 결국 국민연금의 지침과는 큰 상관없이 외국인이 대형주를 많이 사들이면서 유가증권시장의 강세를 이끌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코스닥시장과 중소형주가 하락세를 보이자 업계와 시장이 이를 두고 추정을 한 것일 뿐 국민연금의 지침 때문에 하락했다는 게 확실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변경 시한 6개월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포트폴리오 변경에 6개월이라는 시간을 준 것은 그리 짧지 않아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탁 운용사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돈을 맡기는 입장에서 당연히 운용에 대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올해 들어 국민연금은 오히려 중소형주를 사들였는데 중소형주 하락의 원인이라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지침에 대해 운용사들이 어느 정도 압박을 느끼는 것은 사실로 판단된다.

국민연금의 중소형주 위탁 운용을 주로 맡고 있는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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