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김연아(24)가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2회 연속으로 메달을 획득했다.

석연찮은 판정 속에 올림픽 2연패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김연아는 피겨 불모지 한국에서 기적을 일궈냈다.
 
아시아의 피겨 유망주가 세계 피겨 여왕으로 거듭나기까지 숨은 조력자 신혜숙(57)·류종현(46) 코치가 있다.
 
   
▲ 2012년 10월 태릉에서 열린 김연아)의 코치 영입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혜숙(57·오른쪽 첫 번째)·류종현(46·왼쪽 첫 번째) 코치의 모습. 이들은 김연아의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우승을 도운 지도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뉴시스
 
김연아는 21(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기록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참가 선수 30명 중 가장 높은 74.92점을 받은 김연아는 합계 219.11점으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러시아·합계 224.59)에게 뒤진 2위를 차지했다.
 
김연아는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지만 개최국 러시아 선수를 향한 심판들의 '퍼주기 판정'으로 인해 아쉽게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사상 최고점인 228.56점과 함께 세계 정상에 오른 김연아는 대회 종료 후 은퇴와 현역 연장을 두고 고민했다.
 
이미 '세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김연아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올림픽 2연패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드림팀'을 꾸렸다. 처음 자신을 피겨 선수의 길로 이끌어준 신 코치와 류 코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옛 스승들은 제자의 요청에 기꺼이 응했다. 신 코치는 김연아의 훈련 전체를 총괄하는 총감독을, 류 코치는 빙상에서 김연아의 컨디셔닝과 트레이닝 등을 지원하는 훈련지원코치를 맡았다.
 
신 코치는 '한국 피겨계의 대모'로 불린다.
 
1969~1981년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한 신 코치는 1979년 세계선수권대회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동계올림픽·1980년 세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1984년 은퇴한 뒤에는 30년간 오롯이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방상아(48)와 지현정(43)을 지도했고 현재 곽민정(20)·김해진(17) 등을 가르치고 있다. 수많은 후배들을 양성해온 신 코치는 2002년 대한빙상경기연맹 최고 지도자상을 받았다.
 
신 코치는 김연아와도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김연아를 맡아 3년 동안 점프를 가르쳤다. 김연아는 이때 트리플 5종 점프를 제대로 습득했고 이후 피겨스케이팅 점프의 '교과서'가 됐다.
 
아이스댄스 선수 출신인 류 코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만든 주인공이다.
 
과천시민회관 빙상장에서 코치로 근무하며 아이들을 지도하던 그는 어머니를 따라 피겨스케이팅을 즐기러 온 7살 김연아에게 첫 눈에 사로 잡혔다.
 
어린 소녀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류 코치는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55)씨를 직접 찾아가 딸의 피겨스케이팅계 입문을 권유했다.
 
김연아의 성장 과정에서도 꾸준히 도움을 준 신 코치와 류 코치는 제자의 현역 생활 마지막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모았다.
 
새로운 코치진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김연아는 "두 분 선생님은 내가 피겨를 시작했을 때부터 기술적·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오랜 기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선생님들과의 호흡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있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나를 키워준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코치는 "누군가 귀한 보석을 내게 맡긴 기분이다. 흠이 나거나 깨질까봐 부담이 크다""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연아가 나를 다시 찾아준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그의 마지막 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류 코치 역시 "세계적인 선수가 된 연아를 가르치게 돼 새롭고 감사하다""연아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심전심,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를 위해 마음을 하나로 뭉친 두 코치는 제자에게 더 없이 값진 은메달을 안겼다. 편파 판정으로 인해 원하던 색깔의 메달을 얻지는 못했지만 김연아의 목에 걸린 은메달은 금빛보다 더욱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