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 프로농구(NBA)의 '황제'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 신발 모델로 나선 후로 제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가에도 불구, 중·고생들은 조던 시리즈를 사려고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였고 당연히 나이키의 이미지는 급등했다. 조던이 현역에 복귀하자 나이키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스포츠 스타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일반적으로 스타가 광고모델로 나서 제품의 판매가 늘어난다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바로 해당 스타하면 제품이나 기업이 떠올라야 한다. 스타와 주가의 관계는 바로 이 부분에 핵심이 있다.

◇'전설이 된 여왕' 김연아...모델로 기용한 기업 주가는 '제각각'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새벽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좋은 연기를 보였으나 홈 텃세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러나 실력으로는 이겼다는 평가가 많아 동정론이 쇄도하고 인기는 더욱 올랐다.

   
▲ 김연아 / 뉴시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한 KB금융은 전 거래일 보다 2.55% 오른 3만8,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틀연속 빠졌다 이날 반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KB금융의 이날 상승세를 김연아와 연관지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아니오'다. 이날 KB금융의 상승세는 최근 KB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급락했던 주가가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반등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트레이드증권 하학수 연구원은 "최근 카드쪽이 문제가 됐을 때 주가가 급락했는데 이때 단타 매매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주가를 끌어올렸고 어느정도 회복됐을 때 차익을 실현하면서 어제 급락했던 것이 오늘 다시 반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연아가 모델로 나온 삼성전자, KB금융, LS네트웍스, 동서식품, E1, 로만손의 주가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21분 현재 삼성전자는 3.11% 급등하고 있으며 E1은 2.83%, 로만손은 0.22% 상승중이다. 반면, LS네트웍스는 1.32% 하락하고 있고 로만손도 2.49% 하락중이다. 동서식품은 변동이 없다. 

이중 김연아가 광고모델로 나서 뚜렷한 효과를 봤다고 알려진 로만손과 E1, 동서식품도 역시 엇갈린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김연아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크게 의미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스타의 광고 효과는 입증...주가와는 상관관계 '미미'

전문가들은 스포츠 스타의 광고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외국의 경우 조던이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나이키 광고 모델로 나서 이미지를 크게 향상시키고 직접적으로 판매량도 늘었다는 점을 예로 든다.

우리나라도 1998년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나 박찬호의 불같은 강속구가 빛을 발하면서  여러 기업의 광고모델로 기용돼 해당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에는 김연아, 박지성, 손연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 이상화/KBS 2TV 캡쳐

이번 소치올림픽의 스타 이상화는 '모델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선수의 가치는 유형적인 것과 무형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상화는 박태환이나 김연아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졌다는 평가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는 "스포츠 스타의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인데 이상화는 이미 입증했고 강인함 뒤에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그 인기는 2018년 평창올림픽까지 4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연상 효과다. 해당 스포츠 스타 하면 기업이나 제품이 바로 떠올라야 한다. 나이키와 조던 또는 우즈처럼 소비자에게 강한 연상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소치올림픽의 '히로인' 인 김연아와 이상화가 광고에 출연한 기업의 주가 상승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연아 이상화 하면 딱 떠오르는 기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하학수 연구원은 "우즈와 나이키와 같이 스타가 제품을 쓰면서 잘나간다면 임팩트가 있는데 김연아와 KB금융과는 관계가 밀접하지 않다"며 "주가와는 별로 상관 없다"고 설명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