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지방은행 참여↑…은행현장 타격 적을 듯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노조가 총파업을 감행했지만 각 은행들의 참여는 우려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 노조가 상대적으로 높은 참여를 보였지만 신한은행 등 시중 주요은행들의 참여도는 매우 낮았다. 금융노조는 '압력'이 있었다며 당국과 사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2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는 금융노조 각 은행지부 노조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 집회가 개최됐다. 한 달여 전부터 예고돼 '은행 총파업'으로도 불린 이번 집회는 은행들의 업무 마비 등을 우려하는 여론의 시선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감행했지만 각 은행들의 참여는 우려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중앙부분 SC제일은행‧씨티은행 지부에 빈자리가 거의 없는 반면 사진 하단 신한은행 지부에는 자리가 거의 비어 있는 모습. /미디어펜

오전 9시부터 행사 준비에 들어간 금융노조는 본래 10시 30분경부터 본격적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계획보다 늦은 11시 20분 경에야 총파업 선언문을 낭독했다. 단상에 오른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투쟁 구호를 연이어 외치며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총파업 격려사에 이어 구호 제창‧문화행사 등 통상적인 순서가 이어졌다. 단상에 오른 발언자들은 공통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행'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문호 위원장을 위시해 금융노조 측은 이번 집회에 조합원 10만 명이 모여 성과연봉제 도입‧확대를 반대하는 은행원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참여한 노조원들의 숫자는 생각보다 낮아 기대와 현실의 온도차를 보여줬다.

은행지부별로 좌석이 분할돼 있어 은행별 참여도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씨티은행 노조, SC제일은행 노조 등 외국계 은행들과 고속버스를 대절해 상경한 지방은행 노조 등은 배당된 좌석이 꽉 들어찰 만큼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반면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 주요은행 측 좌석에는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김문호 위원장이 파업을 선언하는 총집결 시점에도 20명 내외의 조합원만이 자리를 지켰을 뿐이었다.

각 은행과 노조지부 별로 규모가 상이하기 때문에 현장좌석 점유율만을 가지고 은행별 파업의 온도차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에게 많은 좌석이 할당됐음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유독 많은 점은 파업집회의 열기를 냉각시키는 면이 없지 않았다. 현장에 참여한 한 참석자는 "주요은행들 참여율이 너무 낮아 속상하다"면서 "파업 취지에 동의해도 시민 불편을 우려해 현장을 떠나지 못한 동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파업집회에 참여한 인원을 1만 8000여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대형 4개 시중은행의 경우 파업참가율이 3% 내외 수준으로 매우 낮다고 덧붙여 현장 분위기와 합치하는 현황을 공지했다. 전체 은행원을 계산에 넣어도 파업참여율은 15% 내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참여율은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10만 명이 결집해 은행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 예고한 것과는 상치되는 부분이다. 실제 은행 현장에서 시민들이 겪을 불편 또한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번 파업의 저조한 참여에 대해 상부에서 가해진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저녁 "기업은행 일부 지점이 직원들의 파업 참여를 막기 위해 총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명단 제출을 요구하고 퇴근을 막았다"고 밝혔다.

주요 은행들의 총파업 참여도가 실제로 저조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금융노조 측의 '압력' 주장은 앞으로 더 거세져 노조-당국‧사측 간 마찰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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