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대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선박왕' 권혁(64) 시도상선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4(부장판사 문용선)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권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을 선고했던 1심과 달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1,672억여원의 종합소득세와 582억여원의 법인세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24,4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만으로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 등으로 인한 조세포탈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운업계에서의 단계적 출자구조 및 명의신탁, 특수목적 법인 설립 등은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행위가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이뤄졌다고도 볼 수 없다""권 회장이 타인 명의로 임차계약을 체결하고 주민등록상 주소를 실제 주거지로 이전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조세포탈을 위해 국내 거주지를 은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권 회장은 국가의 징수 절차를 혼란하게 만들고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기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공소사실이나 1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조세포탈의 액수가 상당히 줄었고 종합소득세로 2146,000여만원 상당의 미화 2,000만 달러를 과세당국에 납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세청은 20114월 권 회장이 9,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판단하고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뒤 검찰에 고발했고, 권 회장은 2006~2009년 모두 2,200억원대의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탈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권 회장의 2006년 법인세 30억원 등 총 928억원의 횡령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구속했으며, 시도카케리어서비스에도 벌금 265억원 납부를 명령했다.

이후 권 회장은 항소심 재판 중 지난해 1014일 구속만기가 지나 재판부로부터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