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경북 경주에서 두차례 지진이 있었던 가운데 지진 발생 이후 울산과 부산에서 악취 신고가 접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울산에서는 지난 24일 오전에만 석유화학공단이 형성된 황성동과 용연동 일원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울산소방본부와 남구청 등에 총 44건 접수됐다. 

23일에도 석유화학공단 내 일부 근로자들이 "화학원료가 타는 듯한 가스 냄새가 났고, 이어 전선이 타는 냄새가 났다"고 호소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울산시와 울산해경은 악취 유발이 의심되는 사업장 2곳을 확인했다.

한 석유화학업체가 공장 정기보수를 하면서 배관에 남은 연료 등을 태우는 과정에서 악취를 풍겼고, 울산항에서 석유화학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선박에서 하역하면서 가스를 제대로 회수하지 않아 냄새를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와 해경은 현장에서 포집한 악취의 분석을 의뢰하는 등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는 24∼25일 부산에서 11건의 가스 냄새 신고를 접수했다.

24일 오후 3시 17분께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해안가에서 유황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비롯해 기장군 3건, 금정구 2건, 부산진구·동래구·남구·북구·강서구·사하구 각 1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원전 주변에서 근무하는 고리원자력본부 청경들도 가스 냄새를 신고했다.

고리원자력본부와 경찰, 소방, 해경, 기장군 등은 발전소 내부와 주변을 조사했으나 가스 냄새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울산에서 악취가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으로 추정할 뿐, 가스 냄새 정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교롭게도 부산과 울산에서 동시에 빗발친 악취 신고는 지진에 대한 불안감으로 번지고 있다.

악취 발생이 '지진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올해 7월에 있었던 '악취 발생에 따른 지진 괴담'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7월 5일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같은 달 21일 부산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200여 건, 22∼25일 울산에서 가스 냄새와 뭔가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50여 건 접수됐다.

이를 두고 인터넷 카페나 SNS에서는 '지진의 전조' 혹은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면서 석유화학공단 지하 배관이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등의 우려가 잇따랐다.

당시 국민안전처가 꾸린 민관합동조사단은 현장조사, 자료분석, 확산 시뮬레이션 실험 등을 통해 지진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 경주 내륙에서 규모 5.8의 강한 지진이 발생하고 여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악취가 발생하자, 부산과 울산 시민들은 원인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우려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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