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빙상경기연맹의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회장이 재기에 성공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에게 러시아 감독 자리를 맡기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21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환호하고 있다./뉴시스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는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을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이날 남자 500m와 여자 1000m, 남자 5000m 계주 결승이 모두 치러진 후 메달리스트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500m와 5000m 계주에서 금메달 2개를 쓸어담아 3관왕에 등극한 빅토르 안은 러시아대표팀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후 따로 자리를 마련, 그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러시아빙상연맹의 크라프초프 회장은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해 빅토르 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빅토르 안이 러시아대표팀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이번 올림픽 덕분에 러시아 쇼트트랙이 발전했다. 빅토르 안이 이끌어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토르 안이 쇼트트랙 발전에 많은 이바지를 했다. 사람들이 쇼트트랙 경기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고, 국영방송에서 쇼트트랙 경기를 생중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공을 치하했다.

그는 "앞으로 미래에 대해 빅토르 안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선수로서 활동하다가 러시아대표팀 감독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발표했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그러려면 지도자 자격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러시아에서 감독으로 활동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빅토르 안은 소치올림픽에 진행되는 동안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귀화 이유와 연인 우나리씨와의 결혼 등에 대해 질문해도 원론적인 답변만 하거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빅토르 안에 대한 사적인 질문이 많았다. 그래서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은 사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말아달라고 내가 부탁했다"며 "그래서 쇼트트랙 경기가 끝나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외신을 통해 '빅토르 안이 국적을 바꿀 때 미국과 러시아를 놓고 고민했으며 러시아가 후한 조건을 제시해 러시아를 최종 선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크라프초프 회장은 "그것은 미국 언론에서 추정한 보도다. 빅토르 안이 미국 귀화도 고민할 수 있었겠지만 미국과 돈을 더주기 위한 경쟁을 하지는 않았다. 누구를 매수하지도 않았다"며 "당시 언론보도는 추측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러시아 시민권을 얻으면서 빅토르 안은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한 후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에 대해 한국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빅토르 안이 러시아대표팀으로 뛰지만 대회 때 보면 러시아 응원단 뿐 아니라 태극기를 든 사람들도 빅토르 안을 응원했다. 지난해 10월 초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도 많은 한국인들이 빅토르 안을 응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빅토르 안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귀화 이유에 대해 "파벌은 있었지만 내가 귀화를 결정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여기에 온 것은 정말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싶었고, 믿어주는 곳에서 마음편히 운동하고 싶어 온 것이다"고 털어놓으며 더 이상 오해가 없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