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에 걸친 1차 이산가족 상봉이 22일 마무리된 가운데 상봉기간 중 간헐적인 만남 방식을 비롯해 유전자검사를 통한 신원확인, 생사확인 기회 제공, 전화통화 기회 제공 등 각종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금강산호텔 앞 작별상봉 현장에서 "고령 상봉자들이 2박3일 일정 탓에 매우 피곤해하는 것 같다"며 "짧은 기간에 만나야 하므로 부득이 만나는 기회를 늘려야 하지만 (고령인 상봉자들의)건강을 생각하면 너무 늘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 2014 설 계기 남북이산가족 1차 상봉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북한 강원 고성 금강산 호텔 앞에서 작별상봉을 마치고 떠나는 남측가족 류영식(92) 할아버지와 북측의 조카 류옥선 씨가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그는 상봉방식 개선 방안과 관련, "이산가족 면회소에 가면 숙박상봉을 할 수 있다. 자면서 같이 밥을 먹고 쭉 만날 수 있다"며 "그러면 몸에 무리도 덜 올 것이다. 앞으로는 그곳에서 이산상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산가족들이 2시간 동안 만난 뒤 헤어지고 이어 2시간 정도 후에 다시 만나는 간헐적 방식의 회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이 당국자의 견해다. 다만 보안 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북한당국이 이 같은 개선책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번 상봉에서는 행사 전 철저한 신원확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각됐다. 
 
남측 최남순(64)씨가 북에 살던 아버지 고 최종석씨의 북측 자녀, 즉 이복동생으로 알려진 덕순(55)씨, 경찬(52)씨, 경철(45)씨와 만났지만 결국 가족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망한 남순씨는 상봉행사 과정에서 참석과 불참을 거듭하는 등 고민을 하다 작별상봉장에선 "아무리 봐도 (북측 남매의 아버지가)내 아버지가 아닌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친남매 같이 생각하기로 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측 최병관(67)씨도 한국전쟁 중 납북된 아버지 고 최흥식씨가 낳았다는 이복동생 경희(52)씨와 병덕(46)씨를 만났지만 지인들에게 마음 한구석의 찜찜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관씨는 지인들에게 "머리카락을 (남한으로)갖고 가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싶다. 머리카락을 달라고 해도 문제가 없으려나"라고 말하며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희조 대한적십자사 과장은 유전자 검사와 관련, "딱히 문제될 것은 없을 것 같다"며 "자기 가족이 아니라고 했던 분(최남순씨)한테도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밖에 고령인 이산가족이 사망할 경우 이 소식을 남북의 가족에게 알려주거나 공동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산가족들은 이번 행사기간 동안 고령인 상봉자가 사망할 경우 장지를 어디로 정할지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건강악화로 구급차에서 상봉을 했던 남측 김섬경(90)씨의 북측 딸 춘순(67)씨는 21일 남한에서 온 배다른 남동생 진황씨에게 "아버님을 데려가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황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화장해서 유골로 모시다가 통일이 되면 북한의 선산으로 갖고 가겠다"고 화답했다.
 
이산가족이 전화상으로 서로의 육성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남측 주명순(92)씨 가족은 금녀(91)씨와 금옥(71)씨 등 북측 가족의 목소리를 남측에 남아있는 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 작별상봉장에 녹음기를 가져와 육성을 녹음하기도 했다. 이산가족 간 전화통화만이라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