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도 욕도 달게 받겠다."
 
잡음이 끊기지 않은 가운데서도 한국 쇼트트랙에 올림픽 금메달 2개를 이끌어 낸 대표팀 최광복(40) 코치가 대회를 마치고 나서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 21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1,000m 순위결정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승희와 동메달을 차지한 심석희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뉴시스
 
최 코치는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모든 경기 일정을 마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칭찬의 목소리도 우려의 목소리도 달게 받겠다"며 "빙상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올림픽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노메달에 그친 반면 여자 대표팀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금메달을 노렸던 남자 1,500m와 불운으로 금메달을 놓친 여자 500m까지 더해졌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 코치는 "남자 1,500m와 여자 500m를 마친 뒤에는 가슴이 뻥 뚫려버린 느낌이었다"며 "선수들이 정말 노력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오니 내색은 못했지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가슴 아파했다.
 
대표팀의 부진과 함께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이 승승장구하자 국민의 비난의 화살은 고스란히 빙상연맹과 코치진에게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마저 빙상계의 부조리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쇼트트랙을 향한 불신의 벽은 극에 달했다.
 
이에 대해 최 코치는 "그만큼 한국 빙상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매우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여러 곳에서 작지만 큰 힘이 되주시는 선생님들과 부모님, 몇몇 관계자에게는 매우 죄송스럽다. 얼굴을 못들 정도"라면서 미안해 했다.
 
최 코치는 박승희와 심석희가 진출해 승부를 벌였던 여자 1,000m 결승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의견을 전했다.
 
한국 선수가 2명이 결승에 오를 경우 철저한 역할 분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보는 시각에 따
라 좋은 작전으로 보일 수도 있고 짬짜미로 보일 수도 있다. 오늘 여자 1000m 경우는 선의의 경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멋있었다"고 했다.
 
대회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국 취재진은 '한국은 더이상 쇼트트랙 강국이 아니다'라는 지적을 하며 최 코치의 견해를 물었다.
 
그는 경험 많은 에이스을 많이 길러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최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잘하기는 했지만 최고 에이스로 꼽을 선수가 없었다"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에이스를 만들어 내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1,000m에서 심석희가 우승할 줄 알았는데 정작 박승희가 1등을 했다"며 "그 노련미는 감출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안현수가 재기에 성공한 이유도 몇 번의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에 비하면 (심)석희와 (공)상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다운도 아직 어린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최 코치는 "선수들이 대체로 어리기에 그만큼의 희망이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빼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