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각종 프로그램 통해 감성치유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지난 5년간 보험회사 콜센터에 150여번의 전화해 막말과 욕설을 일삼은 50대 남성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보험금 청구하는 과정에서 해당 보험사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5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요구하는가 하면 "싸가지 없는 X, 모가지를 자른다", "아니 xxx이 진짜 죽으려고 싸가지 없이, 말을 그딴 식으로 하지 말라고" 등 각종 입에 담기 힘든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그에게 시달린 일부 콜센터 상담원은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 보험사들이 콜센터 직원들의 감성치유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나가고 있다./한화생명, 농협생명


최근 한 악성민원인에 시달린 보험사 콜센터 상담사의 사례가 알려져 집중을 받고 있다. 이같은 악성민원인으로 인한 직원들의 고충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남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도 콜센터 직원들의 '힐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22일 서울콜센터 상담사를 대상으로 예술을 통한 감성치유 프로그램인 '해피 아트 콜'을 도입했다. 

'해피 아트 콜'은 한국메세나협회가 진행하는 사업 중 금융업계 최초로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상담사를 위해 예술을 접목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한화생명이 한국메세나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해피 아트 콜'은 '나도 걸그룹', '팝아트, 미소를 담다', '헬로우 뮤지컬' 등 댄스, 미술, 뮤지컬 3가지 예술 장르로 구성되며 연말까지 주 1회 운영된다. 한화생명은 상담사들의 만족도 조사와 효과성 분석을 통해 서울콜센터 외 대전과 부산콜센터까지 확대 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이외에도 콜센터 상담사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사기진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지원을 하고 있다. 상담사들의 휴식공간으로 온돌방을 갖춘 '꿈꾸는 다락방'을 만들었고 동호회 활동 지원과 유아를 키우는 상담사들을 위해 유축기를 갖춘 수유실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10월 8일 개최되는 세계불꽃축제에 상담사와 그 가족 100여명을 여의도 63빌딩으로 초대해 저녁만찬과 함께 불꽃축제를 관람할 예정이다.

농협생명은 감정노동을 하는 콜센터 상담사들의 근무만족도 향상을 위해 '함께 일하고픈 행복한 콜센터'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담사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리프레시를 위한 힐링룸을 마련해 안마기, 음악 감상시설, 취침시설 등을 설치했고 최근 증가하고 있는 남성 상담사들을 위한 별도의 휴게실도 마련했다. 또 '행복한 콜센터 만들기 캠페인'을 통해 장기근속 상담사 축하 파티, 행복한 바자회 등을 실시하며 상담사들을 격려하고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본사에 노래방, 병의원, 안마의자, 마사지실, 헬스클럽 등 헬스케어센터를 마련해 텔레마케터(TMR)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텔레마케터들의 근무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일제 근무가 아니므로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고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 기준만 충족하면 퇴근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생명에서도 콜센터 직원들을 위해 심리상담을 진행하거나 1박2일 코스로 명상,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힐링캠프를 지원하고 있다.

손보업계에서도 콜센터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감정노동자인 콜상담사 보호와 감성관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상담직원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대응방안'을 수립, 폭언·성희롱을 하는 악성전화에 대해 단계별로 대처하고 있고, 심리상담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상담사의 정서적인 안정화도 함께 도모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감정노당이 많은 콜센터 직원을 전 방위적인 근로자 지원(EAP) 관점에서 접근, 전문인력과 시설을 별도로 구성해 직원 개인별 상황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행복쉼터'가 바로 그것으로 심리상담 전문가 3명을 직접 고용했다. 1대 1 심리상담과 스트레스 검사, MBTI를 통한 조직 활성화가 주요 프로그램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연간 1대 1 심리상담 횟수가 600여회에 달한다. 이는 심리상담 전문가가 상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감정노동에 시달린 상담사들이 일상생활에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어 순간순간 원하는 때 힘든 일을 털어놓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해상은 콜센터 필요역량과 감정적 특성을 추출하는 표준화된 '인·적성 검사'를 업계 처음으로 도입, 실시하고 있다. 검사항목은 9대 분야 48개 문항으로 △감정 △능력 △소통으로 구분된다. 감정조절능력과 낙관성, 자기관리, 의사소통능력 등을 검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채용과정에서 심리적 역량이 뛰어난 지원자를 선발하고 채용 후에도 상담사 개개인 특성을 고려해 △교육 △훈련 △코칭△제도개선 등 다방면에 걸쳐 감정노동 지원 활성화에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행복한 콜센터를 모토로  △동호회 활동 지원 △Fun-Leader 운영 △멘토 △임산부 휴식 △스트레스 완화 교육 등을 실시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악성민원인들로부터 각종 성희롱과 폭언, 욕설 등에 시달리는 것은 일상다반사"라며 "특히 악성민원인에 대한 메뉴얼을 두고 대응법 같은 것을 마련한다고 해도 전화를 끊는 등의 소극적 형태의 대응밖에는 할 수 없고 회사측에서도 경찰의 신고 등 강경조치를 할 경우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수 있어 쉽지 않아 최대한 복지혜택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