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기술적 문제보다 법규 따라가지 못한 문제"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연봉 7500만원을 받는 회사원 A씨는 해외 출장 도중 국적항공기 기내 면세점에서 현금 50만원을 주고, 가족 선물을 구입했다. 당연히 A씨는 연말 소득공제를 위해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했지만 기내면세점에서는 현행법상 (신용카드 영수증은 발급이 되지만)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79조의2에 의거 현금영수증 발급이 불가합니다"

현재 국내 국적항공사는 ARS 안내나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현금으로 기내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현금영수증 발급은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79조의2에 따라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기내면세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게 된 것은 2007년 12월 법인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다. 신설된 '현금영수증가맹점 가입제외대상 법인의 범위'에 외국을 항행하는 항공기 안에서 영위하는 소매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은 10년 전 기내면세점이 현금영수증가맹점 가입대상에서 제외된 이후 지금까지도 관련 법 규정이 정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내면세품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신용카드 보다 공제율이 더 높은 현금을 사용하면 오히려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것.

이와 관련 기재부가 추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현금영수증은 거래내용이 실시간으로 전송·전산등록 되는데 항공기 내 판매의 경우 항공기 안전을 위해 통신이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현금영수증 발급이 제외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온다. 기술보다 법규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관련업계 전문가는 "기내면세품에 대한 현금영수증 발급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결제 1건 당 정보량이 수백 바이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내 와이파이를 이용하거나 항공기 간 비행데이터를 주고받는 망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 이런 방식이 문제가 된다면 운항 중에는 단말기에 데이터를 축적해 놓았다가 착륙 이후에 해당 데이터를 정산, 발송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금 현재 기내 면세점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 되고 이에 따른 소득공제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제 단말기의 기술적인 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단지 10년 전에 만들어진 제도가 현실에 뒤쳐진 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추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 현금영수증 발급 안한 기내면세점 현금매출 무려 7000억원에 육박했다. 2011년 이후 국적항공사들의 기내면세점 매출액 총규모는 1조8719억원이다. 이 중 36.8%인 6895억원이 현금매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소규모 사업자들도 발행해야 하는 현금영수증을 항공사 기내면세점이 발행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동네식당에서 만원어치 식사만 해도 현금영수증을 요청하고 발행해주는 요즘 같은 시대에 기내면세점에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을 사고도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없도록 방치해 둔 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현금영수증이 발급 안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세부담으로 작용한다. 2011년 이후 국적항공사 기내면세점에서 여행객들이 물품을 구매하면서 지불한 현금 약 6895억원 가량이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일례로 연봉 7500만원을 받는 회사원 A씨의 경우 기내면세점에서 사용한 현금 50만원을 소득공제 받았다면, 근로소득자 현금 소득공제율 30%와 과표구간에 따른 소득세율 24%를 적용해 대략 3만6000원 정도 세금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회사원 A씨가 기내면세점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평균적인 상황을 대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11년 이후 판매한 기내면세점 현금매출액 6895억을 기준으로 하면 현금영수증 미발행으로 인해 약 496억4000여만원 가량의 세부담을 국민들이 안게 된 것.

추 의원은 "기술적으로도 기내면세점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만큼, 세원과 거래의 투명성 확보뿐만 아니라 현금사용자와 신용카드 사용자 간에 과세형평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기내면세점에서도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해 국민들에게 불합리한 세부담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시정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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