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등 정치권도 기업 규제 앞장…귀족노조는 밥그릇 챙기기 최악
   
▲ 이덩응 경총 전무
최근 일자리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고시 준비생이나 아르바이트 등을 감안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2%에 육박하고 있다. IMF 당시 최고 청년실업률은 11.5%(1999. 7)이었지만 요즈음은 공식 청년실업률이 발표될 때마다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우리 기업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3.5% 줄어들었다. 지난달 17일 연합뉴스는 "30대 그룹 상반기 투자는 작년보다 28% 줄었다"고 보도했는데 중소·중견기업까지 가면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이처럼 일자리도 투자도 늘어나지 않는 현상에 대해 통상적으로는 불투명한 경제 전망이나 수익모델 발굴의 어려움과 같은 경제적 요인을 주된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위축에는 경제 외적인 요인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죄악시 하는 사회 분위기다. 이는 우리나라가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과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례적으로 업무상 배임 규정이 있는 독일과 일본의 경우에도 합리적 경영판단은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손해를 가할 고의가 있는 경우로 한정해서 아주 엄격히 배임 대상을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근 판결을 보면 실질적인 손해나 재산상의 사익 추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손해 위험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 연봉 1억 원을 자랑하는 현대차 귀족노조의 파업에 많은 피해를 입어왔던 중소기업계가 분개하고 나서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며 귀추가 주목된다./연합뉴스

기업은 투자 등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필연적으로 위험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영상 판단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는 손실 위험이 큰 과감한 투자는 불가능하다. 투자계획 수립에 있어서 배임죄 적용 가능성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된 지금 과연 어떤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업 활동을 크게 제약할 수 있는 다수의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점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들은 가장 중요시하는 환경을 예측가능성이라 말한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왜 투자를 안 하냐고 비난만 하기는 어렵다. 

법인세율 인상,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권 보장처럼 기업의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고 경영권을 제약하는 법안들로 인한 정치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특히 집중투표제나 의결권 제한 등 경제민주화 법안 중 상당수는 시장경제 원칙과 주주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 기업하고자 하는 경영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정책 감사에 집중되어야 할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인 소환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어, 기업 경영활동과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투자에 대한 판단이 번복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국회에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독일과 스페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성과를 누리고 있는 반면에 진영논리에 갇힌 우리 노동시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는 작년 35위에서 51위로 크게 하락했다.

이러한 와중에도 양대 노총은  근로조건이 좋은 금융과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기득권 지키기를 위해 성과연봉제 폐지를 요구하며 릴레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3일 금융노조, 27일 공공운수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하는 등 노동계는 "성과연봉제는 쉬운 해고다"라고 주장하며 릴레이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업무 성과에 맞는 보수를 지급함으로써 임금체계의 공정성과 고용안정성을 강화하자는 것이지 근로자들을 쉽게 해고하자는 것이 아니다. 평가가 노동을 착취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로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번 파업은 성과연봉제 도입이라는 정부정책을 반대하고 사법심사 대상인 권리분쟁 사항의 해결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없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안정을 누리고 있는 근로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 

우리경제가 총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노동개혁과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기업들이 과감하게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 과잉과 불신, 기득권 중심의 노동운동, 경영상 판단을 위축시키는 분위기와 같은 경제 외적인 불안 요소들부터 하루 빨리 해소시켜야 한다. /이동응 경총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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