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참여로 '시너지' 가능성↑…지주회사 전환은 '시기상조'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매각에 청신호가 켜진 우리은행이 민영화 이후 금융권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같은 금융회사가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면 신한-국민-KEB하나로 공고화된 은행권 3강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4강' 체제로 시장을 재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너무 많은 추측이 오가고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전 5기 끝에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갈아탄 우리은행 민영화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우리은행의 현재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우리은행 과점주주 지분매각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 결과 무려 18곳이 신청서를 냈다. 인수 희망을 보인 지분율 총합은 최대 119% 수준으로 예보가 내놓는 지분 30%보다 훨씬 많다.

   
▲ 4전 5기 끝에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갈아탄 우리은행 민영화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연합뉴스


신청서를 낸 후보들 중에서 영국계 사모펀드인 CVC캐피털파트너스와 중동계 펀드 2곳은 일단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중동계 펀드의 경우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우려를 샀다는 후문이다. 

CVC의 경우 최대지분을 8%까지 매입할 의사를 나타내 '큰손'으로 분류됐지만 '인수 후 경영계획을 5년마다 상의해야 한다'는 조건 등이 공자위 측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인수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재참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외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키움증권과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인 동양생명, 일본 오릭스 등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은 펀드를 구성해 재무적 투자자로 신청서를 냈다. 사모펀드로는 한앤컴퍼니, 보고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PEA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후보군 중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참여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금융은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54% 지분을 들고서 증권계 지주회사에서 은행계 지주회사로의 발돋움을 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주주로 참여했다는 점은 한국투자금융의 '변신'을 당국 또한 용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투자금융이 제출한 투자의향서(LOI)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4~8% 수준의 지분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 만약 최대 8%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면 한국투자금융은 새롭게 구성되는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실세' 중 하나로 군림하게 된다. 이광구 행장이 늦어도 내년 3월에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라 신임행장 선임과정에부터 새로운 이사회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비은행 자회사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증권사와의 시너지는 필요하다. 신한-국민-KEB하나로 공고화된 은행권 3강 구도에 균열을 내고 우리은행까지 포함되는 4강 구도가 새롭게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매각 이후 구성되는 새 이사회 또한 신임행장 선임의 최우선 요건을 '수익성 강화'에 둘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민영화 완료 이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아직은 성급한 추측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 단계에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민영화 이후의 문제를 논할 시점은 아직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은행의 미래를 낙관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말하며 우리은행발(發) 빅뱅의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영화 순풍'이 확인된 이후 주가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은행에 대해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이 '매수' 사인을 내면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3분기 실적 전망도 낙관적이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우리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3215억원으로 예상돼 안정된 실적을 보여줄 전망"이라면서 "이익체력과 건전성이 개선되면서 안정적인 이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오는 11월 11일 오후 5시까지 본입찰 제안서 접수를 받고 입찰자 평가 작업에 돌입한다. 같은 달 14일 과점주주 낙찰자를 선정하면 계약 체결과 대금수령이 같은 달 28일 치러진다. 이날로 우리은행 지분 30%에 대한 매각 일정이 종료될 계획이다.

민영화 성공의 최대 변수로 손꼽히는 매각예정가격 역시 11월이 되어야 윤곽선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비입찰자들의 진성투자 여부와 매각가격에 대해 너무 많은 추측이 나와 부정적 여파가 우려된다"면서 "투자자 측 비밀 유지 요청에 따라 개별투자자에 관한 정보는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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