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한미약품이 하루 차이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주요 사안을 공시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보다 18.06%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50만8000원에 마감했다.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전날 장 마감 후의 공시로 5%대 급등세를 보인 이날 장 초반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최대 24%가량의 손실을 볼 수 있었던 셈이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여 18.28%(2만5500원) 빠진 11만4000원에 거래가 끝났다.

한미약품 시총은 5조3010억원으로 하루 만에 1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한미사이언스도 18.28%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가량 증발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개장 전까지만해도 작년 세계적 제약기업인 스펙트럼, 일라이릴리, 베링거잉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과 8조원 규모의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연이어 맺은 데 이은 '연타석 홈런'이라고 전날 맺은 기술수출 계약을 호평하면서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120만원대까지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장 시작 후 30분도 지나지 않아 한미약품의 기술을 가져가기로 했던 독일 제약기업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1년여 만에 반환하기로 했다는 악재성 공시가 나왔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및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6500만 달러(약 718억원)는 반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기술수출 당시 한미약품이 밝힌 총 계약규모 85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주가가 출렁이면서 거래량은 174만여주로 폭증했다. 평소 한미약품 거래량은 10만주 전후 수준이다. 이날 개인이 37만주를 순매수한 반면에 기관은 36만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만주가량을 팔아치웠다.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이 호재 공시를 먼저 내놓아 주가가 오르던 장중에 느닷없이 악재성 공시를 띄워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 내용이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닌데 먼저 호재성 공시를 내 주가를 띄운 뒤 악재 공시를 내 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는 다른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하락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업종지수는 6.75% 폭락했다.

JW중외제약(-7.24%), 신풍제약(-6.94%), 종근당(-6.48%), 동아에스티(-6.44%), 대웅제약(-6.03%)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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