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사장 측 변론 막고 "구체적인 정황 도무지 찾기 어렵다" 논란 일 듯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공산주의자' 표현을 놓고 벌어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법적공방에서 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법연구회를 정밀 분석한 월간조선 2009년 9월호가 공개한 회원 명단에 김 판사의 이름이 올라있다. 그러나 이후 2010년 5월 이 모임이 공개한 명단에는 빠져 있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판결을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5월 출범한 법원 내 이른바 진보좌파 성향의 판사 조직으로, 노무현 정부 때 급부상한 바 있다. 박시환 전 대법관과 김지형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을 배출하며 한때 회원수가 150명에 달하는 등 법원 내 '성골'로 통하기도 했다. 회원 중 일부가 노무현 정권 때 주요 보직에 임용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이 단체 출신이다.

   
▲ '공산주의자' 표현을 놓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법적공방에서 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진행됐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MBC 국감장. /사진=jtbc 캡쳐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은 잇따른 튀는 판결로 정치판결, 이념판결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 모임 초대 회장을 역임한 박시환 전 대법관은 2008년 종북 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위헌적 요소가 제거되지 못한 국가보안법은 마땅히 폐지되거나 근본적으로 개정돼야 하며, 법원으로서는 국가보안법 조항에 대해 다시 한 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라는 별개의견을 내놓아 이목을 끌었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난한 '가카새끼 짬뽕'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튀는 판결로 논란을 빚었던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 판사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서울남부지법 재직 시절인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등 튀는 판결을 내려 논란을 자초했다. 또 '석궁'으로 알려진 성균관대 김명호 전 교수의 복직소송과 관련한 재판부 합의내용을 공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간첩사건 항소심에서 국가보안법(간첩죄 등) 위반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유우성에게 '나름대로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고 판결한 서울고법 김흥준 부장판사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지난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동의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던 최은배 전 판사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최 전 판사는 민주노동당에 불법 후원금을 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또 다른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는 고영주 이사장에게 명예훼손 3천만원 위자료 지급을 판결한 김진환 판사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소송과 관련, 피고인 고 이사장의 변론을 막고 문 전 대표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재판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김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이념판결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판결문에 따르면 김 판사는 "…그런데 그 정치적 이념 또는 주장과 활동에 있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헌법 체제를 유지. 수호하려는 국민들의 입장에 반하여, '청와대에 있으면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려고 하는 피고에 대한 불만을 가진 공산주의자' 또는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부산인맥으로 공산주의 활동을 한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피고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 또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도무지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고 이사장 측은 "재판이 시작되면서 불길했던 예상이 맞았다. 본인신문신청, 증인신문신청을 재판부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피고의 변론 활동을 못하게 하려면 '피고의 말을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조사를 안 해도 된다'고 할 때나 가능한데 피고가 변론하려는 것을 다 막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세상에 이런 재판은 없다. 황당할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특히, 고 이사장 측이 충분히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서도 "피고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 또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도무지 찾기 어렵다"고 한 대목은 김 판사가 개인의 주관과 가치관으로 판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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