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미약품이 “대형 기술수출 계약 해지에 관한 공시가 늦어진 것은 한국거래소와 공시 협업 과정에서 발생한 지연”이라고 해명한데 대해 거래소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미약품은 공시과정에서 거래소와의 협의를 거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빠른 공시를 종용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2일 채현주 거래소 공시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리종목이나 불성실종목이 아닌 이상 거래소에 공시를 확인받을 이유가 없다”며 “일부 기업이 미리 공시를 검토해달라고 공문으로 요구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미약품은 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채 부장은 “시스템상 거래소가 한미약품의 공시 사항을 단 1초도 갖고 있을 시간이 없다”며 “해당 기업이 공시를 내보내면 HTS, 금융감독원, 거래소 등에 동시에 표출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거래소 공시 시스템 가동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한미약품이 이메일을 통해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 통지를 받은 건 제넨테크와의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돼 공시를 냈던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경이다.

이에 2일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한미약품 측은 공시 시스템 운영이 끝난 시간에서 오후 당직자에 맡기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다음날로 공시를 미뤘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회사 측 공시담당자가 30일 오전 8시30분에 거래소에 도착해 약 8시40분부터 공시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며 “신속을 요하는 건 알고 있으나 관련 증빙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당초 계약규모와 실체 수취금액의 차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채 부장은 “비상연락망을 통해 한미약품 측이 거래소 공시담당자의 연락처를 갖고 있어 협의 후 밤늦게라도 공시를 낼 수 있었다”며 “밤새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가 장 시작 30분 전에 필요도 없는 협의를 하겠다며 찾아온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시담당 당직자가 통상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하는 만큼 공시를 낼 시간이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채 부장은 “공시담당자 핸드폰에 한미약품 측 부재중 전화가 와 있던 게 30일 오전 8시30분이고 담당자가 바로 8시34분에 답신전화를 했다”며 “사항을 파악하고 ‘중요사항이니 우선 장 시작 전에 해당 내용을 알리는 게 시급하다. 수정은 추후에 해도된다’고 종용했지만 한미약품은 공시를 바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그간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도 있는데 회사 측에서 계약해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한미약품이 거래소 쪽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게 엉뚱하고 뭔가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30분께 미국 제약사 제넨텍에 1조원 상당의 표적 항암제를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30일 개장 직후 지난해 7월 한미약품에서 항암신약인 ‘올무니팁’ 기술을 총 8000억원 규모로 사갔던 베링거인겔하임이 해당 기술을 반환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한미약품은 내부자거래마저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

한미약품의 지난달 30일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한미약품이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평균 공매도량은 4850주에 불과하다.[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