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국내 30대 재벌 총수 중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잡혀 있는 총수는 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재벌닷컴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토대로 30대 재벌 총수의 주식담보 내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 대출이나 계열사 빚보증 등을 위해 금융기관에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총수는 모두 11명이다.

이들이 담보로 내놓은 주식가치는 2조7793억원(9월 29일 종가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6명은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넘겼다.

김준기 회장은 보유 주식 전량을 담보로 잡혔다.

김 회장은 동부, 동부화재, 동부증권, 동부하이텍 등 4개사 주식 3045만5000여주 전량을 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들 주식가치는 3463억원에 달한다.

박정원 회장도 보유 주식의 대부분을 담보로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두산과 두산건설 주식 161만8000여주의 99.9%를 은행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데, 그 주식가치는 1389억원으로 평가됐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 주식 1697만7000여주 가운데 65.4%인 1110만주(3885억원)를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 및 법인세 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회장이 보유한 효성 주식 356만2000여주의 61.3%인 218만4000주(2883억원)는 국세청 등에 담보로 잡혀 있다.

현대상선 사태로 사재를 출연한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213만여주 가운데 54.7%인 116만5000여주(747억원)를 KB투자증권 등에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한진해운의 부실 책임을 지고 사재를 내놓은 조양호 회장도 지난달 12일 한진 주식 82만2000여주 전부와 한진칼 주식 1054만여주의 47.4%인 500만주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받았다.

조 회장이 담보로 제공한 한진과 한진칼의 주식가치는 1205억원에 달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계열사 차입 관련 담보로 CJ 주식 1227만5000여주의 36.7%인 450만주를 제공했다.

이 회장이 담보로 맡긴 주식 수는 많지 않지만 가치는 8483억원으로 11명 중에서 가장 컸다.

이 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개인 대출을 위해 본인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최 회장은 보유 SK 주식(1천646만5천여주)의 9.1%인 150만2000여주(3710억원)를 NH투자증권 등에 담보로 맡기고 개인 대출을 받았다.

신 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주식 548만6천여주 중 18.5%인 101만4천여주(2015억원)를 일본 미즈호은행 등에 담보로 잡혔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 보유주식의 35.2%인 465만주(374억원)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받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GS와 GS건설 주식의 2.6%인 31만5000여주(141억원)를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주주의 대출 행위는 재산권의 정당한 행사로 볼 수 있어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다만 담보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사재출연 등으로 경영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보계약 체결이나 변경 사실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으면 해당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게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대주주 보유 주식의 담보 비율이 높을수록 회사 재무상태 악화 등 위기 상황에서 대주주의 운신 폭이 좁아져 잠재적 리스크(위험)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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