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금융당국이 늑장 공시 논란에 휩싸인 한미약품의 주식을 둘러싼 불공정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동시에 한미약품 관련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국내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는 세 주체가 동반 조사에 들어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가장 분주한 곳은 한국거래소다. 거래소는 악재 공시가 뒤늦게 나온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의 주식 매매내역을 신속심리 중이다.

통상 특정 주식의 매매내역 분석에는 서너 달이 걸리지만 신속심리는 1~2주 내로 기간을 단축해서 심리를 진행하게 된다.

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오전 9시 개장 때부터 한미약품이 베링거잉겔하임과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한 오전 9시 29분 사이에 이뤄진 주식 거래 내용을 정밀 분석 중이다.

그 전날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33분께 한미약품은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고 별도로 공시했다.

이 영향으로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달 30일 장 개시와 함께 5%가량 오른 선에서 출발했지만 곧바로 약보합세를 보이다가 악재 공시가 뜨자마자 추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기술수출 성사 이후 주가가 10~15% 급등하던 과거 사례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악재 정보가 미리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한미약품이 개장 직후 약 30분간 특정인이 주식을 처분하도록 돕기 위해 일부러 늑장 공시를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미약품 임직원 등 내부자의 주식 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불공정거래 조사 콘트롤타워인 자본시장조사단은 거래소의 심리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자체적인 기초조사에 들어갔다.

자조단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혹을 해소할 방침이다. 자조단은 금감원과 달리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권도 행사할 수 있다.

자조단은 작년 6월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공유하며 주식투자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첫 압수수색에 나선 바 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처분 혐의 사건 때처럼 이번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와 관련해서도 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검찰에 사건을 신속히 넘기는 '패스트트랙' 절차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자조단 관계자는 "거래소의 신속심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자조단이 직접 조사할 수도 있고 금감원이 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사건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도 자체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소의 매매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거래소 분석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조사 주체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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