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한 북측 가족들은 평양과 개성 등 부자동네에 살거나 북한 사회에서 중산층 정도의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일부터 진행된 이산상봉 행사에서 북측 가족들은 자신이 북에서 받았던 훈장을 주렁주렁 펼쳐놓고 자랑하거나 공훈증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또 북측 가족 중 다수가 대학과정을 마친 고학력이거나 교수나 농장 지도원 등 소위 '잘 나가는' 주민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된 2차상봉단의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산가족 최고령자인 이오순(96) 할머니를 만난 북측 남동생 조원제(83)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여했다는 '전승 50주년 기념행사 노병대표' 상훈증을 가져와 장황하게 설명했다.

또 원제 씨는 자신의 아들이 황해남도에서 공과대 교수를 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측 가족인 조카 임춘봉 씨는 "이산가족 찾기 신청 8년 만에 만나게 된 것"이라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나온 것을 보니까 북에서 정말 비중있는 분인가보다"라고 자부했다.

북측 가족 박재선(80)씨는 "장군님을 모시고 기념촬영 한 번 했고 원수님 모시고 기념촬영 한번 했고 우리 맏아들도 기념촬영, 둘째아들도 기념촬영을 다 했다"고 자랑했다.

여동생 박재희 씨가 "거기서도 대학 합격해서 다녔어요"라고 묻자, 박씨는 "군대에 있었다. 60살까지 마지막에는 군관학교에서"라고 대답했다.

전쟁때 의용군으로 북으로 끌려간 신덕균(81)씨는 가족 사진과 함께 훈장을 가득 단 옷을 입은 자신의 사진도 가져왔다.

"군에서 받은 훈장이냐"는 가족들의 질문에 큰 딸 명숙씨는 "사회에서 받은 훈장"이라며 "일하면서 공로를 세워서 받은상"이라고 소개했다.

남측 동생들을 만난 김분염(79)씨도 훈장을 보여주며 북한에서의 생활을 계속 얘기하기도 했다.

최형소(79)씨는 훈장과 함께 '최형소 동지 전국지식인대회 참가자'라고 써진 확인증과 학사증, 부교수증을 남측 가족들에게 보여줬다.

최씨 가족의 테이블을 지나가던 한 북측 관계자는 "학사증, 부교수증이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잘 나가시는 분이란 의미"라며 추켜세웠다.

두 딸을 모두 시집보낸 박운철(80)씨도 훈장 9개와 전쟁·참전훈장 3개, 일하면서 받았던 훈장을 테이블에 늘어놓았다.

1차 상봉 때도 한 북측 할머니는 "나는 개성에 10층 짜리 아파트에 살고 자식들도 대학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서 자리를 잘 잡았다"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배려 덕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단체상봉에 참석한 한 남측 가족은 북측 가족이 훈장을 보여주면서 북에서의 생활 만을 계속 얘기하자 "사상이 달라 속이 터진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