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맛있지?", "응 괜찮다"….

23일 우리측 주최로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2차 상봉단의 저녁 환영만찬에서 남측 가족 357명과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 꽃을 피우며 가족의 정(情)을 확인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술잔을 기울이고 음식을 다정하게 떠먹여주며 정담을 나누는 등 지난 60여년간 가슴속에 쌓인 한서린 응어리를 풀어냈다.

   
▲ 이산가족 상봉 만찬/뉴시스

6·25전쟁 때 헤어진 형 리학봉(82)씨를 만난 이학진(74)씨는 "형과 같이 식사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조카 이우섭 씨는 리씨의 아들이 리씨에게 냅킨을 매주는 모습을 폴라로이드로 찍기도 했다.

경북 문경에서 온 정정숙 씨는 6·25때 헤어진 오빠 정상오(82)씨의 입에 족발냉채를 먹여주며 "맛있지?"라고 묻자, 정씨는 "응 괜찮다"라고 대답했다.

북측 상봉자인 김갑철(83)씨 가족은 "만수무강, 건강하세요"라고 건배사를 외치며 서로 술잔을 주고 받았다.

오랜 세월 이산의 고통 끝에 오빠 류근철(81) 씨를 만난 여동생 유정희 씨와 유근배 씨는 서로 앞다퉈 오빠에게 음식을 먹여줬다.

유정희 씨가 만찬 음식으로 나온 메로구이를 오빠에게 먹여주자 바로 아래 여동생 유근배 씨는 잡채를 떠먹여주는 등 여동생들이 음식을 계속 먹여주자 류근철 씨가 "이제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동생 유정희 씨는 "맛있어, 생선 이거 한 번만"이라고 다시 권했다.

근배 씨는 오빠 옆에 앉아 계속 어깨를 주물러 주며 오빠의 손을 꼭 잡고 "건강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사진을 찍을 땐 오빠의 오른쪽 뺨에 뽀뽀도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아버지를 만난 남궁봉자 씨는 자신은 음식을 한 입도 먹지 않으면서 아버지 남궁렬(87)씨의 식사를 도왔다.

남궁봉자 씨는 "죽이에요" 하며 아버지에게 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줬고, 죽이 입에서 흐르자 자신의 냅킨을 펴 입을 닦아줬다.

아버지가 기침을 하자 딸은 계속 아버지의 입을 닦아주며 물컵을 건넸다. 남궁봉자 씨는 60여년 가량 늦어진 효를 이제야 다하듯 아버지 모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빠 림종수(81)씨를 만난 여동생 임종석(79) 씨는 단체 상봉 때와는 달리 한복을 곱게 입고 만찬장에 나타났다.

임씨는 "한복으로 갈아 입으셨네요"라는 기자의 말에 "(오빠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이날 만찬 메뉴는 흑임자죽과 야채샐러드, 족발냉채, 홍어무침, 모듬전, 궁중잡채, 한방갈비찜, 해물된장찌개, 가자미식혜 등 한식으로 차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에 따르면 면회소 상태는 전기와 난방 등에 대한 걱정이 있었으나 행사를 치르기에 적합하고 아늑한 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은 24일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가족단위 상봉을 진행하고 25일에는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금강산호텔에서 열리는 작별상봉까지 6차례, 11시간 동안 만남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