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지금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건 진짜 XX죠. 예전처럼 7~8% 수익률이 날 때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저금리‧저성장 상황에서 1%가 넘는 수수료를 떼고 남는 게 없으니까요.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에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와 투자자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수수료가 낮고 환매가 쉬운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비교해보면 투자할 가치가 전혀 없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0.3%의 증권거래세가 면제될 뿐 아니라 국내 주식형 ETF는 아예 세금도 물지 않는다. 이는 비슷한 상품인 상장지수증권(ETN)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공모펀드는 투자자에 큰 매력을 끌지 못하고 있다.

   

공모펀드가 위기에 빠졌다.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올려주지 못하면서 높은 수수료만 받는다는 부정적인 시각에 사로잡히면서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은 규모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공모펀드 설정액은 235조4199억원으로 사모펀드 설정액 241조5413억원에 뒤쳐진다. 공모펀드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부동산 등 다양한자산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투자가 가능한 사모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펀드매니저의 무능이 공모펀드 외면의 큰 이유로 지적된다.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5.48%.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요 주식형펀드(ETF포함) 792개의 평균수익률은 0.88%에 불과하다.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뛰어넘은 펀드는 고작 211개에 그쳤다. 그만큼 매니저들이 투자자의 자금을 받을만한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니저들이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공모펀드 부진의 큰 이유지만 특출하게 성장하는 국내 산업이 없는데다, 국민연금의 벤치마크(BM) 복제율 강화 등으로 매니저들의 재량이 많이 줄어든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수익률이 부진하자 같은 공모펀드지만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지고 있는데 비해 채권형펀드로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6조4227억원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데 비해, 채권형에는 5조7410억원이 들어와 대조를 이뤘다. 결국 국내 주식형펀드의 부진이 국내 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주원인이라는 말이 된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본부장은 이를 ‘저금리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금리인하로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해진 반면, 위험자산의 투자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주식형펀드에서 5% 손실을 입으면 금리 1.5%짜리 예금에 3년 이상을 투자해야 겨우 손실 회복이 가능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투자를 오히려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신 본부장은 “이전처럼 주식을 들고 있는 ‘천수답 운용’으로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어렵고 자산운용사가 펀드 수익률을 높여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도 “글로벌 주가지수가 최근 사상최고치로 올라 추가 상승여력이 크지 않고 불확실한 세계경제에 기업의 배당확대 여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국내 신산업섹터나 새로운 해외투자처 발굴 등의 노력을 통해 BM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사모재간접펀드 등 상품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투자자가 수익률에 연동해 수수료를 내는 ‘성과보수 공모펀드’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금융당국이 펀드 수익률까지 걱정해주니 참 고마울 따름”이라면서도 “운용사들 자체적으로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을 더 키우지 않는 한 어떤 정책이 나와도 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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