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 인정하면서도 금리인하 '유효' 시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지난 4일 펼쳐진 기재위 국감에서 피감기관인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문제가 정면으로 거론됐다. 여야 의원들은 '가계부채 총량제' 등 대안을 제시했다. 한은의 독립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한편 이주열 총재는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한 차례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었다. 오는 13일 한은 금통위에도 많은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한국은행에 대한 기재위 국정감사가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개최됐다. 예상대로 이 자리에서는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면서 한은의 '역할론'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 지난 4일 펼쳐진 기재위 국감에서 피감기관인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문제가 정면으로 거론됐다. 이주열 총재(사진)는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한 차례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었다. /한국은행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입을 모아 가계부채가 국민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통계적으로 봐도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1257조 300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54조원이나 급증했다. 특히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채가 급증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았다.

이날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매우 빠르다"면서 "일부 영역에서 금융기관의 대출을 제한하는 '가계부채 총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규제의 완화가 양립할 수 없는 부동산 거품의 주범이 됐다"면서 "미국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폭탄을 터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2014년 8월 박근혜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한 점을 비판하면서 "대출규제 강화를 통해서 금리인하 효과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소비와 투자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 재임 기간에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 점에 대해서는 이 총재를 몰아세우는 발언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현미 의원은 "이주열 총재 재임 기간 가계부채가 21% 수준으로 급증했다"면서 "내수경기를 견인한다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지만 경기 활성화는커녕 서민의 주거비 부담만 폭증했다"고 이 총재를 비판했다.

같은 당 김종인 의원,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은 한은의 '독립성'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김 의원은 한은의 저금리 정책에 대해 "한은이 독자적으로 그런(저금리 정책을 쓰는) 판단을 했다기보다는 정부 정책에 순응한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고, 유 의원 역시 여기에 동의하며 "청와대 한마디에 꼼짝 못 하는 기재부나 이런 데를 쳐다보지 말고 중앙은행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 역시 "이 총재 취임 후 금리가 5번 바뀌었는데 이는 경제 부총리의 주문대로였다"고 꼬집었다.

여야 의원 전부에게 난타를 받은 이주열 총재는 금리정책을 변경하던 해당 시기마다 한은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었음을 변호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 총재는 "금리를 결정할 때 기본적으로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를 고려하고 금리를 내릴 때는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 급했다"고 말하면서 "(한은의 금리 정책을) 정부와 연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변호했다. 

또한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부정적 영향만 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이자소득으로 생계를 꾸려 가시는 분에게는 소득이 줄었지만 금리 경감 혜택도 있었기 때문에 소비에 너무 부정적 영향만 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발언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이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에 대해 질문하자 "경기 침체기에는 효과가 제한돼 있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이날 국정감사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이 총재의 견해도 노출됐다. 이 총재는 "연내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장 예상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안에, 보다 구체적으로는 12월에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을 이 총재 역시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도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이 총재는 국감장에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도 "시스템적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은 작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날 국감에 대해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기 때문에 정책효과에 대한 질문과 공방은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의 발언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과 연계 짓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통위의 판단"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한은 금통위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수정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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