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미약품 늑장공시 파문 불똥이 공매도 제도로 튀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뤄진 한미약품 공매도의 절반이 기술수출 계약 해지 공시가 나오기 전에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매도에 대한 폐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지난달 30일 개장 직후인 오전 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작년 7월 맺었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고 주가는 18.06%나 폭락했다. 지난달 30일 공매도량은 총 10만4327주에 달했다.

이 중 개장 전부터 공시가 나오기 직전인 오전 9시28분까지 이뤄진 공매도량이 절반가량인 5만471주로 집계됐다. 이 때까지의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320억2600만원으로,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616억1779만원)의 절반에 달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미약품의 지난달 30일 공매도 평균가(공매도 거래대금/공매도 거래량)는 59만621원. 공매도 세력이 이 가격에 주식을 팔고 종가인 50만8000원에 되샀다면 14%에 가까운 이익을 챙긴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30일 최고가인 65만4000원에 주식을 팔았다면 수익률은 22.32%로 껑충 뛴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매도에서 소외된 개인투자자들은 눈을 뜨고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국내 증시에서 기관에 비해 거래량이 미미하고 신용도도 떨어지는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마음껏 활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폐지를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공매도의 부작용은 이 뿐만 아니다.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현대상선,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최근 유상증자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매도의 집중적 표적이 되기도 했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는 유상증자 신주발행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판 뒤 증자에 참여해 할인된 신주로 되갚는 방식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안 그래도 재무구조 악화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사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한 원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이를 감안해 지난 7월부터 공매도 공시제도를 시행했지만 그 실효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전체 코스피시장 거래 대금에서 3.98%를 차지했던 공매도 거래 대금은 지난달 30일 6.90%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이에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4일 주식을 대여해 공매도하는 기관이 60일 안에 매수 상환하지 않을 경우 자동 매수를 통해 상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식가치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강제로 증권사가 팔아버리는 개인투자자의 신용반대매매와 같은 조치를 똑같이 취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그 기준은 주가가 아닌 일정 기간이다.

홍 의원은 지난해에도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의 주식대여사업을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개인투자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매도를 완전히 제한하기는 어렵고 금융당국 등에서는 아직도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어서 공매도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측은 한미약품 사태와 공매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한미약품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문제인 것이지 공매도 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매도를 폐지하기에는 ‘시장효율성 증대’ 등 긍정적인 점이 분명히 있어 외국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유상증자를 앞두고 이어지는 공매도에 대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완전 폐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관에 비해 거래물량이 떨어지다 보니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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