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대한 비뚤어진 판결…'우리법연구회' 판사의 이상한 재판
   
▲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앞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공산주의자라 부르고 싶은 사람들은 우선 3천만 원부터 준비해 두기 바란다. 물질적으로 심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대책 없이 질렀다가 된통 당한 뒤에 뒷골 잡는 수 있다. 황당한 얘기 같지만 얼마 전 법원이 실제로 그런 판결을 했다.

문재인에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그의 명예와 인격 훼손이라는 것이다. "고 이사장이 발언했던 강연의 전체 내용과 흐름, 사용 어휘 등을 고려하면 다소 과장된 정치적 수사를 넘어 명예훼손적 의견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가 내린 판단이다. 이 판결은 문 전 대표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상대로 민사소송, 형사 고소하면서 진행이 되었던 사건이다.

문 전 대표가 문제를 삼은 것은 2013년 1월 보수시민사회 신년모임에서 했던 발언이다. 고 이사장은 그때 "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등등의 여러 발언을 했는데, 문 전 대표 측이 이걸 걸었다. 그런데 이 발언이 담긴 동영상은 그동안에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잠자코 있다가 거의 3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인 2015년 9월경에 와서 갑자기 이 발언을 핑계로 소송을 걸었다. 왜 하필이면 그때 소송을 걸었을까. 필자로선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김진환 판사의 판결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유력 정치인을 자유롭게 평가할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제 1심이긴 하지만 김 판사의 판결이 그렇다는 얘기다.

   
▲ '공산주의자' 표현을 놓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법적공방에서 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진행됐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MBC 국감장. /사진=jtbc 캡쳐

표현의 자유 억압해 국민에 재갈물린 김진환 판사의 정치 판결

김진환 판사가 우리법연구회라는 특정 이념지향적인 모임이라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엉터리 정치 판결이라는 정황이 판결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법전문가가 아니니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자. 문 전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는 것은 사실관계를 따지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공안검사로서 오랫동안 일하고 현장에서 직접 수사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종합해 판단을 내린 결과 고 이사장 자신이 볼 때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을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는 것이다. 이게 명예훼손이라고 한다면 국민들은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나 공적 인물에 대해서도 평가해선 안 된다는 얘기가 된다.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지금 법원 추세에도 완전히 역행하는 판결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김진환 판사가 해온 재판 진행 과정은 더 기가 막힌다. 고 이사장 측이 요구한 본인신문신청 증인신문신청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고 이사장 측은 "고 이사장이 문재인 전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확신한 이유를 자세히 정리했고 수백장의 참고자료를 첨부해 제출했다.

전문가들의 증언 자료들도 첨부해 문 전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볼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냈는데, 법원은 그럴만한 정황이 없다며 한마디로 짤랐다"며 “재판부가 자료를 단 한 장이라도 읽어보고 재판을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억울해하고 있다. 김 판사는 이렇게 피고 측 근거들을 거부해 놓고 판결문에는 또 이렇게 썼다.

"-그런데 그 정치적 이념 또는 주장과 활동에 있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헌법 체제를 유지. 수호하려는 국민들의 입장에 반하여, '청와대에 있으면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려고 하는 피고에 대한 불만을 가진 공산주의자' 또는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부산인맥으로 공산주의 활동을 한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피고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 또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도무지 찾기 어렵다."

보수에 재갈 물리고 수갑 채우려는 엉터리 판결

법률 전문가들의 얘기로는 피고가 본인 입장을 충분히 밝힐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김 판사는 고 이사장 측 변론 기회를 딱 잘랐다. 그래놓고 구체적인 정황을 도무지 찾기가 어렵다고 판결문을 쓰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과장한다면 거의 사기재판 수준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필자 상식으론 사건 재판은 보통 대법원 판례를 따른다. 얼마 전 고 이사장 판결을 다룬 팟캐스트 방송에서 법률 전문가가 대법원 판례를 소개한 게 있다.

"당해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경우.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엄격하게 입증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입증의 부담을 완화해 주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

요컨대 정치인을 비판할 때 구체적인 정황이나 비판 근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뜻이다. 김 판사의 판결은 이렇게 대법원 판례와도 완전히 어긋나 있다. 더욱이 문재인은 국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유력 정치인이다. 이런 인물에 이념 정치적으로 일체의 비판을 봉쇄하고 재갈을 물리는 의미의 판결을 했다.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 판결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몹시 궁금하다. 그 정도 경력까지 되는 김 판사가 일반인이 봐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린 이유가 말이다. 성향을 고려해도 그렇다. 그래서 묻고 싶다. 김 판사는 문재인의 호위무사라도 되나. 재판결과가 하도 어처구니없어 하는 말이다.

고 이사장은 항소의 뜻을 밝혔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2심에서 뒤집힐 수밖에 없는 엉터리 판결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나 좌편향 판사가 고 이사장을 탄압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해온 역할이나 상징성을 고려해 본보기로 보수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수갑을 채우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소송으로 재갈을 물리겠다는 문 전 대표나 법원의 이런 엉터리 판결이 다수의 공분을 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억누르면 더 크게 튀어 오르는 법이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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