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제안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이런 점을 반영하 듯 6일 국내 증시에선 삼성전자(3.92%), 삼성물산(7.89%), 삼성생명(4.31%) 등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치솟았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가 엘리엇의 제안대로 삼성전자 인적 분할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할 경우 필요 자금을 대폭 줄일 수 있으나 개편안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엘리엇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 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 자사주 의결권 부활 → 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어지는 게 골자다.

관건은 두 가지다. 우선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30%(상장사), 50%(비상장사) 이상씩 보유하는 것과 이재용 부회장이 지주회사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우선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확보'는 인적 분할 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주식 교환을 통해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할'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된다.

상법상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한 자기회사 주식이므로 의결권 자체가 없다.

그러나 관계사 간 주식 교환을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되므로 의결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는 13% 수준이다.

그러나 다음 수순인 이재용 부회장 측이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안은 분할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30% 정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처럼 삼성전자 지주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은 보유 지분을 20% 안팎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삼성전자 주가가 170만원에 육박한 데 반해 삼성물산 주가는 10분의 1 수준인 17만원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이 상태로 합병을 해봐야 이재용 부회장 측은 지분을 3%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 산정 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았던데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50%는 상황에서 삼성 측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