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보위부·정찰총국·해커에 중앙당 '보건 1국' 출신까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 이후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표부 간부 일가족의 탈북이 또다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외교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징에 나와 있던 북한간부는 ‘보건 1국’ 소속으로 전해지고 있어 만약 이 간부가 남한으로 입국한다면 우리 정보당국은 김정은의 건강과 관련해 중요한 정보를 입수할 수가 있다.

이 간부의 탈북 여부에 대해 정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김정은정권 들어 부쩍 늘어난 엘리트층 탈북자가 몇 명인지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 들어온 엘리트층 탈북자는 최근 5년간 10명이 넘는다. 태영호 공사처럼 외교관도 있지만 주로 해외에서 무역일꾼, 공작요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이다. 특히 보위부 간부 한명이 탈북해 이미 남한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 간부 역시 국가안전보위부 해외지부장 출신으로 국외에 있어서 탈북이 가능했다.

이 밖에 국내 입국한 엘리트층 탈북자 중에는 정찰총국 조사부 소속 간부 출신도 있다. 또 북한당국이 해외에 파견한 해커조직 팀장 출신도 있다.     

   
▲ 프랑스에서 올해 9월 출간된 탈북자 소재 만화 '김정일의 생일'(L'anniversaire de Kim Jong-Il) 표지./연합뉴스

엘리트층 탈북이 늘어나면서 출신도 다양해졌지만 한결같이 해외에 나와 있던 이들로 아직까지 북한 내부에서 직접 탈북한 엘리트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해외에서 체류하면서 북한 실상에 대해 모순을 느끼고 실망했다. 게다가 5차 핵실험까지 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강화되면서 해외에 나와 있던 북한간부들은 더욱 고립감과 동시에 부담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김일성 시절 아프리카 국가들에 원조를 퍼주던 당시 남아공 동맹국들이 지금은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현실을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간부들만 피부로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해외로 파견된 북한간부들은 대개 평양에서 같은 국가기구 소속으로 일부는 연락망도 공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북한 내부에서는 체제의 모순점을 모르는 법으로 해외에 나와보고 “조국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는 탈북자의 전언은 많다. 그리고 이들이 해외에 나와서 겪게 되는 고충을 어떤 식으로든 서로 공유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최근 탈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표부 소속 간부가 ‘보건 1국’ 소속으로 전해지면서 김정은 최측근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간부가 보건 1국 소속이 맞다면 최소한 봉화진료소나 남산병원에서 근무했던 사람은 아닐 것이다. 처음 보건 1국이 북한의 내각기구인 보건성 산하 조직으로 오해되기도 했지만, 보건 1국은 중앙당의 독립 기구라는 것이 정통한 대북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대북소식통은 “봉화진료소나 남산병원 등 김정은 일가를 직접 치료하는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간부는 절대 해외로 파견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의 건강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신상이 자유롭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 간부는 보건 1국 소속으로 봉화진료소와 남산병원에 필요한 약품과 의료장비 등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에 탈북한 간부가 남한으로 입국한다면 이들을 통해 김정은이 주로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설명을 통해 건강 상태나 지병, 간부들이 주로 많이 앓는 병명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탈북자 3만명 시대를 맞게 됐다. 이달 말이면 국내에 입국한 전체 탈북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통일부는 전망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만 493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입국한 424명에 비해 약 16.3% 늘어난 것이다. 또 지난 3월 말 기준으로는 342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91명에 비해 17.5% 많았다. 전년 대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총 2만8795명이었다. 올해 들어 4월말까지 입국한 탈북자를 더하면 2만9288명이다. 현재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10월 말쯤이면 전체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3만명을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외 체류 북한 엘리트들 사이에 탈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탈북해 국내에 들어온 엘리트들도 공감한다. 그듵 사이에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소문을 듣고 후속 탈북도 이뤄진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들이 향후 남북통일이나 북한체제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국내 활동 반경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들의 역할과 기여가 북한 내부 엘리트들에게도 분명 역할을 미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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