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30조배당 과도, 전장품 신수종 투자 장기수익 파이키워야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의 삼성에 대한 2차 공격이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엘리엇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타이밍을 절묘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삼성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하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은 삼성에서 이미 추진해온 스킴이다.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에서 선방했다. 7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5.55% 증가했다. 신병기 노트7의 배터리 폭발악재에도 불구,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잔뜩 우려했던 시장은 호실적에 안도하고 있다.

미국 자존심 애플과 치열한 스마트폰 대전을 벌이는 삼성으로선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엘리엇으로선 삼성에 대해 고배당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펀드를 대표하는 엘리엇은 화전양면 작전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영성과에 대해선 높이 평가했다. 이재용부회장 지배체제에 불만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배당을 많이 하라는 요구는 숨겨진 가시다. 삼성전자가 보유중인 현금 중 30조원을 특별배당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외이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하는 것도 포함됐다. 엘리엇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삼성전자 이사진에 침투시키겠다는 노림수로 보인다.

엘리엇의 2차 공격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소송까지 가면서 반대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양동작전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주주가치 극대화에 주력한다. 배당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려 한다. 투기자본은 단기차익을 목표로 한다. 엘리엇의 두 번째 삼성 공격은 1년이상 보유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소간 장기투자를 통해 고배당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와는 차이가 있다. 단기투기자본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면서도 실질적으론 배당극대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들이 경영성과에 대해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는 삼성전자에 많은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나면 중장기투자 재원이 부족해진다. 한국적 오너경영체제는 당장의 고배당보다는 10년이상 앞을 내다본 장기 수익성을 높이는 데 힘쓴다.

   
▲ 미국 헷지펀드 엘리엇의 삼성전자 공격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경영성과에 대한 배당은 일정정도의 필요하다. 고배당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부작용이 심각하다. 단기 고배당보다는 신수종 투자확대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기업경쟁력강화에 유리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고배당을 통해 단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기업가치를 장기적으로 제고하는데 주력한다.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그룹들의 오너배당은 월가의 기업인들에 비해 낮다. 배당을 적게 받고, 유보금을 신성장과 신수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장기적으론 대주주와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 모두에게 이익이다. 당장의 파이를 나눠먹는 것보다  키우는 게 모두에게 유리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파이키우기에 주력해야 한다.

월가투자자들은 단기 고배당을 선호한다. 한국기업들과 다른 성향이다. 한국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은 월가 투자가들의 매입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배당을 적게 하는 한국물에 대해 선호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월가식 고배당이 좋은지, 한국대기업들의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방식이 좋은지는 일률적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한국정부는 대기업들에 지주회사를 강요했다. 노무현정부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무슨 완장이라도 찬양 삼성 이건희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을 연쇄적으로 독대했다. 지주회사로의 전환문제를 압박했다.

정부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삼성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에 수십조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삼성이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재원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용부회장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선 삼성전자 분할후 삼성물산과의 합병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엘리엇은 이를 이용해 고배당을 노리고 있다.

기업은 주주중시 경영을 해야 한다. 소액주주만을 위한 경영을 할 수도 없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마무리지었다.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과 극심한 소모전을 벌여야 했다. 국민연금이 마침내 삼성의 손을 들었다. 삼성이 힘겹게 신승했다.  

삼성이 1차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엘리엇의 요구를 수용하는데는 또다른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2차 지배구조 개편은 경영환경 변화등을 감안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당은 이미 20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상법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경제민주화 기치를 내건 김종인 민주당의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등이 제출한 상법개정안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투표제 등이 핵심이다. 대주주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고배당은 신중해야 한다. 박근혜정부 경제팀을 이끌었던 최경환 전 부총리는 '초이노믹스'를 통해 기업들의 배당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왔다. 유보를 많이 기업에 대해선
세제상의 불이익을 줬다. 일본 아베총리의 경제정책을 벤치마킹했다. 기업들이 배당을 많이 해 가계소득을 늘려보자는 포석이었다.

경영학계에선 내부유보금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정치권과 좌파학자들은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내부에 돈을 쌓아놓고 있다고 비판한다. 주류학자들은 무식한 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내부유보금의 80%가 이미 설비등에 투자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당확대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의 2차 삼성공격을 주시하는 것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주장은 월가의 시각에선 타당하다. 한국식 오너경영체제에선 배당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미래신수종 개발이 절박한 삼성입장에선 마냥 고배당에 방점을 찍을 수는 없다. 엘리엇주장처럼 주당 24만5000원씩 총 30조원을 배당하면 주력사업과 신수종 투자에 심각한 애로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은 차세대 스마트폰과 바이오및 자동차전장부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매년 설비투자에만 25조원이상 쏟아붓고 있다.

엘리엇의 주장은 경청하되, 미래가치 제고와 중장기 경쟁력강화를 중시해야 한다. 엘리엇이 자신들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경영권 무력화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법개정안을 제출한 김종인 의원, 채이배의원등은 대주주 경영권 제한에만 주력하지 말아야 한다. 대주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장치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차등의결권제도와 황금주 제도등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경영권 탈취 시도를 막도록 해줘야 한다. 쳐들어오는 창에 맞설 방패도 줘야 한다.

엘리엇류의 경영간섭과 행동주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문제로 수난을 겪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보완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투기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