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주르 등 대형체인점 발묶인 사이 이지바이 등 중소제빵체인 급증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빵집규제 1년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동네빵집 매출은 제자리걸음이고,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소규모 빵집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신규 출점만 막으면 동네빵집이 저절로 살아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 결과는 너무 허무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신규 진출이 주춤하는 사이, 규제를 받지 않는 신생 중소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틈새를 파고들어 점포수를 대폭 늘렸다. 외국계 업체들도 이 호기를 놓치지 않고 시장을 확장했다. 이제 영세한 동네빵집은 기존의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뿐 아니라 신생 프랜차이즈인 이지바이-잇브레드 등과도 경쟁해야한다. 그러니 보호를 기대했던 동네빵집들은 늘어난 라이벌 때문에 웃음은커녕 통곡할 지경이다.

시장(市場)은 입맛이 다양한 소비자와 기업들 간의 조정과 균형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공간이다. 몇몇 정치인과 공무원의 단순한 책상머리발상이 결코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그런데도 시장의 역할을 무시하는 규제만 쏟아내니 헛발질로 끝날 수밖에 없다. 대기업 MRO를 몰아내자 외국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롯데리아-빕스 등의 토종 브랜드를 규제하자 맥도날드-피자헛이 신났다. 이렇듯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제도의 폐해가 속출함에도 여전히 정치권과 동반성장위원회는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며 보호해줄 또 다른 ‘乙’을 탐색중이다. 즉, 또 누군가를 ‘甲’으로 낙인찍으려 한다.

   
▲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2월 동네빵집 보호를 명분으로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등 대형 제빵프랜차이즈의 신규점포 출점을 제한했다. 이 결과로 보호받아야 할 동네빵집은 오히려 통곡하고 있다. 파리바게트등이 발이 묶인 사이에 이지바이 잇브레드 등 신생 중소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기 때문이다. 외국계 빵집들도 늘었다. 동네빵집 입장에선 오히려 경쟁자가 더 늘어 매출이 감소하는 등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의 '슈퍼갑질' 희생양찾기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모순집합체인 빵집규제는 제고돼야 한다. 지난해 2월부터 동네빵집 반경 500미터안에선 신규출점이 막힌 파리바게트 매장.

한참동안 ‘甲때리기’가 유행했다. 빵집규제도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파리바게트-뚜레쥬르 점주들을 유심히 살핀 적이 있는가. 이른 아침 7시 문을 열고 하루 종일 진열대를 정리하고 손님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들이 과연 우리가 상상하는 ‘甲’의 모습인가. 그들은 여느 동네빵집 주인처럼 평범하고 성실한 자영업자일 뿐이다.

은퇴자 중에는 기술은 없지만 경영-서비스 노하우를 무기삼아 프랜차이즈로 제2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빵집규제 이후 급등한 매장 권리금이 이들의 재출발을 더 힘들게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취업을 희망하던 청년 제과제빵 기능사들의 진로도 갑자기 바늘구멍이 됐다. 규제가 만든 ‘甲乙전쟁’이 생각지도 못했던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빵집 규제를 ‘모순집합체’라 말하는 것도 당연하다. ‘甲’(대형 프랜차이즈)인줄 알고 때렸으나 사실은 비슷한 처지의 ‘乙’(자영업자)이었고, 수혜자여야 할 ‘원조 乙’(동네빵집) 대신에 ‘엉뚱한 乙’(신종 프랜차이즈, 외국계)이 규제 과실을 챙기고 있다.

영원한 ‘甲’도 영원한 ‘乙’도 없다. 한때 ‘甲’이었던 고려당도, 크라운베이커리도 순식간에 추락했다. 성공은 누가 안겨주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동반성장위가 ‘동네빵집 살리기’를 ‘대형빵집 때리기’에서 찾으려했던 것이 빵집규제의 패착이다. 요즘 손님이 줄지어 늘어선 ‘누이애 단팥빵’에 가본 적 있는가. 그 인기는 프랜차이즈 틈새시장을 노린 결과이지, 대형빵집을 규제해 얻은 반사이익이 아니다. 아침식사 대용인 식빵 한 가지만 차별화시켜도 소비자를 끌 수 있다. 동네빵집을 살리는 길은 대형 프랜차이즈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甲때리기’의 시초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다. 시행 2년이 지난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성적 또한 보나마나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규제효과는 미미했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 대형마트 규제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쇼핑의 자유를 침해당한 소비자들의 아우성만 가득하다.

빵집규제와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규제도 수혜자는 따로 있다. 쇼핑시간이 안 맞는 소비자는 아예 온라인쇼핑으로 옮겨갔고, 규제받지 않는 외국계 SSM이 톡톡히 반사이익을 누렸다. 또한 규제이후 동네슈퍼보다 규모가 큰 중대형마트도 곳곳에 들어섰다. 이들은 이마트-홈플러스 등이 문 닫는 날엔 ‘통 큰 세일’ 전략으로 손님을 끌어들인다.

그러니 대형마트 영업만 규제하면 동네슈퍼-전통시장이 저절로 활성화될 거란 생각이 참으로 단순하고 순진한 발상 아닌가. 그럼에도 정치권과 정부는 피해자들의 절규-아픔-불편엔 등 돌린 채 대형마트를 더 옥죄려는 움직임만 분주하다. 대형마트 판매품목을 제한, 영업제한시간과 강제휴일을 늘리는 등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대형마트 규제 법안들이 뻔뻔스럽게 계속 발의되고 있다.

사실 ‘甲’을 규제한다고 ‘乙’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甲乙’ 경계선도 명확하지 않다. 기업이 甲에서 乙로, 乙에서 甲으로 계속 바뀌는 게 정상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甲과 乙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정치권과 정부의 ‘甲때리기 중독’ 때문이다. ‘슈퍼 甲질’에 맛 들인 정치권과 규제당국이 스스로 규제의 끈을 놓지 않는 이상 엉뚱한 ‘甲’과 가짜 ‘乙’은 계속 호출된다. 규제중독자들의 ‘甲乙논쟁’에 홍역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