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서 수차례 써 먹은 수법 또다시 반복…교육감 자질 의심
"혁신학교를 기존의 스카이(SKY, 서울·고려·연세대를 지칭) 대학 몇 명 가느냐의 기준으로 보면 그런 평가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혁신학교가 전국에 다양한 이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교육혁신의 큰 흐름이라고 본다."

국정감사 영상을 보다가 귀를 의심했다. 이미 수년 전 설파된 거짓말이 아직도 국정감사장에서 버젓이 면피용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 답변은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최대 1억4000만 원의 추가예산을 지원받는 혁신학교가 정작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 데 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답변이다.

수차례 썼던 이야기를 또 써야 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지만, 똑같은 거짓말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의한 의원조차 반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여전히 그 거짓말이 우리 국민에게 먹히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초학력' 미달에 대해 명문대 합격자 수를 들이대는 건 논점을 흐리고 진실을 왜곡시키는 거짓말이다.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그랬다면 무지의 소치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문제를 수차례 지적받기까지 했던 교육감이 아직도 그런다는 건 후안무치라고 할 수밖에는 없다.

   
▲ '기초학력' 미달에 대해 명문대 합격자 수를 들이대는 건 논점을 흐리고 진실을 왜곡시키는 거짓말이다.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그랬다면 무지의 소치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문제를 수차례 지적받기까지 했던 조희연 교육감이 아직도 그런다는 건 후안무치라고 할 수밖에는 없다. /사진=연합뉴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우리 사회에 널리 오도돼 있는 부분 중 하나는 학생들을 일렬로 줄을 세우는 경쟁교육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전교조가 '일제고사'라는 낙인을 찍어 거짓 홍보를 한 성과다. 그러다 보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준이 마치 명문대를 갈 만큼 공부 잘하는 학생과 그러지 못하는 학생을 가를 수 있는 기준인 것처럼 오인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구간은 학교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로 나뉜다. 명문대에 갈 법한 최우수 등급은커녕 우수 등급도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 차원의 학업성취도평가는 전교조에서 오도해 놓은 것과는 달리 경쟁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는 시험이 아니라 기초가 안 되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각 구간의 점수는 어떻게 될까? 주변에 보면 '기초학력'을 적어도 50~60% 수준으로 인식하는 학부모들이 흔하다. 그러나 실제로 '기초학력'의 기준은 20%다. 일렬로 찍어도 운만 좋으면 나올 수 있는 수준이다. '보통 학력 이상'이라는 최고 등급이 겨우 50% 이상이다.

이런 구간의 의미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으니 조 교육감이 국민을 속이기 위해 가져다쓴 입시의 관점을 정당하게 가져다 쓴 예를 들어 보겠다. 우리 학교에는 '인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갈 수 있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어도 기초학력 미달이 전혀 없을 수 있다. 우리 학교의 전교생 모두가 최고 등급인 '보통학력 이상'이 나와도 스카이는커녕 '인 서울'에 단 한 명도 못 보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마당에 기초학력 미달률을 지적하는데 대고 '스카이 대학 몇 명 가느냐의 기준'이라고 말하다니 언어도단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지금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문제는 '스카이'를 몇 명 보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그 배웠어야 하는 내용을 단 20%라도 배웠는지의 문제다.

내 아이가 단 20%도 못 배웠는데 다음 학년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소화할 거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스카이 같은 생각은 머릿속에 있지도 않을 것이다.

솔직히 기초학력의 기준 자체가  이토록 낮은데 그걸 못 하는 아이들이 다른 학교의 3배가 넘는다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아니, 적어도 진보교육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진보교육은 본디 그런 것이 아니다. 진보교육이라면 그 20%도 못 배운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적어도 배웠어야 할 내용의 반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보교육은 '평등'을 내세우는 교육이 아닌가?

평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교육의 대열에서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로 탈락한 아이들을 보듬고 이 아이들이 사회에서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진보교육이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진짜 '진보교육'을 하고 싶다면 자기 집단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20점짜리 서울대생'을 만드는 궤변을 늘어놓기 전에 그 기초학력 미달학생들을 눈물과 희생으로 가르쳐 보통학력 이상으로 만들어놔야 한다. 조희연이 진짜 진보교육감이라면 그 일에 앞장서야 한다. /박남규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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