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강남발 재건축열기 확산으로 서울 재개발·재건축의 입주권이 분양권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분양권보다 노른자위 세대가 대부분인 입주권은 아파트 매매값 상승세를 견인, 재개발·재건축 분양열기가 지속되는 한 주택 매매가격의 고공행진은 이어나갈 전망이다.

   

11일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2017년 2월 입주)'의 경우 8월 기준 전용 84㎡ 25층의 분양권은 6억94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에 거래된 25층 입주권 가격은 7억8000만원으로 약 1억원 가까이 입주권이 비쌌다 

7월 실거래가 역시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97㎡의 5층 분양권은 7억9000만원에 이뤄졌지만 같은 달 6층 입주권은 8억원에 거래가 진행됐다. 

동작구 사당동 래미안 로이파크도 입주권이 분양권보다 높게 형성 중이다. 전용 84㎡의 입주권과 분양권은 지난 8월 각각 7억4,000만원(14층)과 7억1000만원(13층)에 각각 매매가 이뤄졌다.

강북 재개발도 입주권이 분양권보다 강세다.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 녹번'과 '래미안 베라힐즈'는 입주권이 분양권보다 2000~5000만원 높게 매매가 이뤄졌고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센터피스'의 가격차도 비슷하게 거래 중이다.

상반기만 해도 분위기는 '입주권이 싸다'는 공식이 통했다. 

실제 이 단지의 4월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전용 59㎡ 기준 12층의 입주권이 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11층 분양권이 5억54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공식이 맞아 떨어졌다.

입주권 전성시대는 강남발 재건축 열기에 힘입었다. 재개발·재건축 열기가 더해지면서 분양권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면서 조합원들이 급매물을 회수하면서 분양권보다 주거가치가 높은 입주권 의 매매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 강남발 재건축 분양열기에 힘입어 고덕 그라시움과 래미안힐스테이트, 명일역 래미안 솔베뉴 등 강남권 재건축입주권이 분양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무상옵션에 인기 세대의 프리미엄 덕이다./국토부 실거래가.

분양시장 과열이 재개발·재건축 분양권의 프리미엄의 이어지고 입주권 가격이 강세를 지속, 아파트 시가총액 증가로 이어지는 활황기 주택시장의 등식이 형성되는 판국이다.

고덕동 인근 E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시장의 분위기가 뜨거워 지면서 인기 층이나 동, 향을 선점한 조합원 입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조합원 입주권은 유상 옵션인 일반분양분과 달리 수천만원의 옵션이 무상인 점도 분양권보다 거래가가 높은 이유다"고 말했다.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의 특성상 조합원 물량이 로열층을 대다수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가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입주자 물량이 귀해지면서 분양권 가격과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역전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최근 인근에 분양한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고덕 그라시움'은 전매제한이 6개월밖에 되지 않아 더욱 이러한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E부동산 관계자는 "고덕 그라시움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치열해 벌써부터 분양권은 물론 조합원 입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귀띔했다.

   
▲ 서울 강남·강북의 재건축·재개발 성공분양에 힘입어 단지별 노른자위 세대의 입주권이 상한가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고덕 그라시움의 일반분양분과 특별공급분.

이어 "'고덕 그라시움'의 경우 조합원 배정물량이 상당수 역세권에 위치한만큼 입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이 단지에서도 분양권보다 입주권이 비싼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입주권 강세 등 과열 분양시장에 거품이 붕괴됐을 때 후유증에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열기를 틈타, 고분양가가 판치는 데도 분양권과 입주권 가격이 강세인 상황은 저성장 시대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며"특정 투자세력이 준동하는 부동산 투기를 잡지 못하고 거품을 방치할 경우 가계부실과 하우스푸어 양산, 계층 간 양극화 심화 등 경제와 사회의 큰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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