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국내 30대그룹 오너일가 3명 중 1명은 대출 등을 위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기업경영성과 분석사이트 CEO스코어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30대 그룹 오너 일가 363명의 주식 담보 대출현황을 조사한 결과, 9월말 기준으로 전체의 30.3%인 110명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총 가치는 6조4천173억원으로 전체 보유 주식가치(67조8616억원)의 9.5%에 해당한다. 담보 제공 주식의 비중은 1년여 전 같은 조사(2015년 10월말 기준) 때의 9.1%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오너 일가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층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6명(50.9%)으로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CEO스코어는 "이는 증여를 받거나 가업 승계 등을 위한 자금 마련의 목적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주식 담보 금액이 가장 많은 그룹은 효성으로, 4명의 오너 일가가 1조3668억원 규모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효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총 주식가치(1조7958억원)의 76.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주식 담보 금액 2위는 두산그룹으로 총 8677억원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주식 담보 제공자는 15명이다.

CJ그룹은 주식 담보 금액 8370억원으로 3위였다. 이어 LG(7402억원), SK(6938억원), GS(5985억원), 한화(5335억원), 롯데(1980억원), 한진(1693억원), OCI(1660억원) 순으로 주식 담보 제공액이 많았다.

1년여 전 조사 때에 비해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비중이 가장 크게 상승한 곳은 현대그룹이었다. 현대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해 10월말에는 보유한 총 주식가치 2073억원 중 100억원을 담보로 제공해 담보 비중이 4.8%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2.8%로 38.0%포인트나 높아졌다.

해운업 업황 악화 등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너 일가가 대출을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담보 제공 비중이 6.1%에서 54.4%로 48.3%포인트나 높아졌다.

담보 비중 증가율 2위는 현대그룹과 마찬가지로 해운업 업황 때문에 고전한 한진그룹이었다. 지난해 10월말 17.8%였던 주식 담보 비중이 올해는 54.0%로 36.3%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해 주식 담보 제공액이 전혀 없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올해는 보유 주식 가치 2206억원 중 52.7%에 해당하는 1163억원이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이어 효성그룹의 주식 담보 제공 비율이 69.0%에서 76.1%로 7.1%포인트 높아졌고 롯데그룹(4.8%포인트↑), LG그룹(1.9%포인트↑), SK그룹(1.4%포인트↑), 영풍그룹(0.7%포인트↑), KCC그룹(0.6%포인트↑), LS그룹(0.6%포인트↑), 두산그룹(0.2%포인트↑) 순으로 주식 담보 제공 비율이 상승했다.

1년여 전보다 주식 담보 제공 비율이 하락한 곳은 6개 그룹이었다. 금호아시아나가 27.7%포인트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고 CJ(7.7%포인트↓), 한화(3.1%포인트↓), GS(1.1%포인트↓), OCI(1.0%포인트↓), 삼성(0.1%포인트↓) 순이었다.

개인별 주식 담보 제공액이 가장 큰 오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 837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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