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경쟁력 세계 87위 추락…은행 17개 중 14개 정부 소유 부실온상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금융권 인사, 홍기택 사태 보고도 낙하산 얘기 나오나

각종 공기업에는 인사철만 되면 낙하산 잡음이 무성하다.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 하위권 인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연말연초에 다가오는 10여 개 금융공기업 국책은행 인사를 앞두고 벌써부터 이런 저런 낙하산 인사들 명단이 오르내리고 있다.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특히 전 산업은행 홍기택 총재 사태가 아직도 진행 중이고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수조원의 부실금융지원과 거래기업의 부실관리로 기업들은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해 있고 해운산업의 경우에는 산업자체의 존립기반 마저 위태로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다시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들이 거명되고 있는 현실에 좌절감을 금할 수 없다.

한국 금융 산업은 유독 정부의 영향력이 크다. 주인 없는 소유구조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현재 한국에는 특수은행 5개, 시중은행 6개, 지방은행 6개 총 17개 은행이 있다. 이 가운데 SC제일은행, 힌국시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2개와 외국계가 최대주주인 대구은행을 제외한 14개 은행이 정부나 예금보험공사 국민연금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어 정부나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이들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어 독립성이 취약하다. 각종 등록, 비등록 규제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마저 낙하산으로 내려오니 금융 산업이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인 없는 소유구조, 독립성 없는 감독구조, 과도한 규제, 낙하산 인사로는 금융의 미래가 없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의 대출 전 사전심사와 대출 후 사후감시와 같은 금융본연의 자금중개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사전심사와 사후감시보다는 정부나 정치권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원된 조선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에도 상당수 경영진이 낙하산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낙하산 경영진의 금융기관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 전 사장은 산업은행이 내려 보낸 감사의 감사를 거부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 결과는 천문학적인 기업부실과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의 국민세금 투입이다. 이러니 한국의 금융 산업 경쟁력이 세계 87위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 중 금융개혁은 낙하산 근절, 과감한 규제혁파, 금융 감독의 독립성 제고에서 출발해야 한다./사진=미디어펜


한국은 언제 까지 이런 금융구조를 가지고 갈 것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런 구조를 지속하고 있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기업부실과 구조조정으로 30~40년 씩 피땀 흘려 이루어 놓은 기업들과 산업기반들은 하나하나씩 붕괴돼 한국경제의 파이는 점차 작아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국가부채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제는 재정사정이 여의치 않자 한국은행의 양적완화까지 동원되는 실정에 까지 이르렀다.  

낙하산인사는 국내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신뢰도 추락과 국가적인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산하 관리기업의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은 전 홍기택 산은총재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핵심적인 리스크관리최고경영자(CRO)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급기야 57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많은 37억 달러, 4조 3천억 원의 분담금을 내고도 부총재 자리 하나 유지하지 못하고 국제적인 망신만 사고 있다. 정부당국과 전 홍기택 산은총재 간에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기업들을 부실화되고 산업기반은 붕괴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 중 금융개혁은 낙하산 근절, 과감한 규제혁파, 금융 감독의 독립성 제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금융의 논리에 의해 흐르게 하고 금융의 논리에 의해 감독되게 해 더 이상 부실기업을 양산해 내지 않도록 한다면 박근혜정부의 금자탑이 될 것이다.

금융기관 주인 찾아주기 까지 해서 금융의 삼성전자까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면 금상첨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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