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12일 밤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울산공장에서 27차 본교섭을 갖고 줄다리기 협상 끝에 2차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2차 잠정합의안은 5월 17일 상견례 이후 5개월여 만에 나왔고,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50일 만이다.

노사는 연말을 앞두고 내년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등 바쁜 시기인 데다가 임금인상을 놓고 줄다리기 교섭에 더이상 매달리기에는 안팎의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조합원 사이에서도 노사가 여름 휴가와 추석 연휴를 넘기는 장기 교섭을 벌인 데다가 노조의 줄기찬 파업에 적잖은 피로감을 느껴 타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기 파업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나 현대차 불매운동과 같은 부정적 분위기에 대한 위기감도 반영됐다. 

실제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2차 잠정합의에 이르기까지 모두 24차례 파업, 12차례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파업도 벌였다.

회사는 지난달 30일까지 벌인 노조 파업으로 생산차질 누계가 14만2000여대에 3조10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손실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고, 노조 파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 조합원 임금 손실 규모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섭을 지속하더라도 회사가 어려운 경영 여건을 고려, 더이상 내놓을 임금안이 없다는 분위기도 이날 잠정합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마련한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는 이유로 더 많은 임금인상안을 추가로 제시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협상장에서 수차례 강조했다.

윤 사장은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올해 경영환경 등을 고민해 최선안을 제시했다"고 반복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임금에 대한 노사 간 논쟁보다 '안전, 건강, 복지'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노사협상의 주제와 방향성도 제시하기도 했다.

더이상 '상견례→교섭→노동쟁의 조정신청→파업→타결'의 판박이 협상을 되풀이하며 매년 임금협상에 소모전을 펴는 것도 자중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막판 교섭 과정에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도 노사를 압박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개시한다. 

조정이 실패하면 중노위 위원장이 중재재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노사는 교섭자율권을 잃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기 전에 자력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노사가 같이 느낄 수밖에 없다.

노사의 1차 잠정합의안은 임금안이 적다는 이유 등으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8.05%라는 역대 최고 반대로 부결됐다.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이 어떤 평가를 할지 관심이 쏠린다.

만족할 만한 합의안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다시 부결된다면 향후 교섭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 파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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