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주장…정치 선동 부정적 이미지부터 벗어야
   
▲ 박주연 폴리뷰 전 편집국장 ·프리랜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자신을 지지한 1천608명 포함 총 9천473명의 문화예술인이 청와대 지시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의혹에 근거해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은 최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불거지고 좌파언론을 비롯한 일부 언론이 문제를 삼으면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박 시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야만적 불법행위와 권력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대상이 아닌가요?"라며 "이런 정도의 사건이 서구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대통령도, 어떤 내각도 사임할 일이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또한 "권력의 막장 드라마이고 사유화의 극치"라면서 "당장 국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그 조사결과에 따라 탄핵이든, 사임요구든 그 무엇이든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기 바랍니다"라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향해 강력 대응조치를 촉구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총선민의가 무엇을 바라는지 아직 잊지 않았다면 야당은 야당다운 역할을 제대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면서 "지금까지 매가톤급 권력비리와 권력남용이 수없이 있었는데도 다수당이 된 야당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라며 더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울러 "이 기회에 국정원의 '박원순제압문건'도 따져 주세요. 어찌 정보기관이 멀쩡하게 천만시민의 손으로 선출된 시장을 제압할 생각을 한단 말입니까?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더 이상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라면서 "국민의 마음이 여당과 정부는 물론이고 야당으로부터도 온전히 떠나가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거듭해서 더민주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은 별도로 박 시장이 이 논란을 박 대통령 탄핵 주장으로 곧장 연결시킨 목적은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대권을 겨냥한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이다. 박 시장이 이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최근 여론조사 지지도 추세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이 큰 꿈을 꾼다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정치선동이 아니라 본인의 부정적 이미지부터 바꿔나가는 체질 개선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시장에게 뒤진 박원순 시장의 선동전략은 묘수일까?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지난 4~7일 실시해 10일 발표한 10월 1주차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 시장은 5.1%, 박 시장은 4.9%였다. 이 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3.5%로 1위였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9%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0%p.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야당 유력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가 600~700명의 정계·학계 인사가 참여한 매머드급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이란 대형 항공모함을 띄운 가운데, 서울시에 견줘 작은 지자체에 불과한 성남시장인 이재명 시장에게조차 뒤지는 지지율이 나오자 박 시장은 집토끼를 상대로 강한 시그널을 보내며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현 정부를 반대하는 야권 강성 지지층과 좌파진영의 오랜 숙원과 같은 이슈다. 박 시장이 현실성 떨어지는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초조하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이미 야권은 문재인 대세론이 자리 잡았다. 또한 여차 직하면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재명, 안희정, 김부겸, 손학규 등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몰려 있어 야권 시장(?!)은 그만큼 레드 오션이다.

말 그대로 피 튀기는 경쟁의 장에서 박 시장이 지지층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은 가장 자극적인 방법으로 지지층에 어필하는 것밖엔 없다. 이것이 야권 지지층의 반박근혜 정서를 자극하는 방법론으로 모아지고 결국 탄핵 선동으로 귀착되는 것이다.

그러나 박 시장의 박 대통령 탄핵선동은 지극히 단견이고 짧은 시각이라고 본다. 아직 사실관계도 드러난 것이 없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구실이 대통령 탄핵을 부추기기에는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또한 강성 집토끼들의 기분을 일시적으로 만족시킬 순 있어도 궁극적으로 대선이라는 넓은 판에서 호소력을 갖기에도 모자라다.

박 시장이 차기만 보겠다면 이런 자극적인 노이즈 마케팅이 집토끼를 모으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야를 멀리 보면 대단히 어리석은 전략이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층을 포함해 그만큼 중도보수층의 반박원순 정서를 확산시키는 하책에 불과해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것은 강한 비토층을 갖고 있어서라는 건 이미 정설로 굳어진 분석이다. 문 전 대표가 최근 대선에서 중도전략을 쓰는 것도 바로 그 실패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박 시장은 모르고 있는 걸까? 이번에 기회를 잡지 못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초조감은 이해한다.

박원순 시장의 걸림돌은 좌파시민사회 거두 이미지

하지만 대통령 탄핵 선동은 궁극적으로 야권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고 백남기씨 사망 원인 논란과 관련해 경찰에 살수차 물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그렇고, 박 대통령 탄핵 선동도 그렇고 박 시장은 지나치게 작은 정치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시장의 행보로 보기에 좁은 정치, 편협한 정치, 작은 행정만에 집착하는 듯한 이미지를 준다.

이런 것들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마저 뒤지는 이유가 아닐까? 우리끼리만 좋은 정치는 야권에서도 서서히 배격되는 모양새다. 특히 영남 좌파세력은 물론이고 야권 정치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가장 우선으로 둔다. 박 시장의 정치행보는 좌파시민단체장으로서는 모르지만 서울시장의 행보로 보기에는 걸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큰 꿈을 이루고 싶다면 박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손쉬운 노이즈 마케팅을 버리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민주노총, 민변, 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단체들이 박 시장에 우호적인 세력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들과 밀착돼 있다는 이미지는 대권으로 가기엔 치명적이기도 하다. 좌파시민사회의 거두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 버려야 한다.

박 시장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정치선동이 아니라 본인의 부정적 이미지부터 바꿔나가는 체질 개선이다. 좌파단체의 수장 같은 이미지부터 바꾸지 않으면 야권에서조차 큰 꿈을 꾸기 어렵다고 본다.  /박주연 폴리뷰 전 편집국장 ·프리랜서(http://blog.naver.com/phjmy9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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