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열 "인터넷과 똑같은 화이트리스트" 전희경 "블랙리스트라면서 지원금?"
9473명중 6367명만 이름 공개…나머지 과거보도와 수만 같거나 증명안돼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청와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하달한 문화예술인 9473명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이는 이미 공개된 리스트를 짜깁기한 '화이트리스트'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이 정부 지원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의혹도 실제로 100여명이 정부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낭설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가 실존한다는 제보를 담은 '한국일보' 보도를 들어 "여러가지를 종합해보니 실제로 화이트리스트라고 본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지난해 5월 검열대상으로 선정한 9473명의 명단을 문체부로 하달했다는 주장과 명단자료가 10일 새로이 공개됐다고 한다. 한 예술계 인사는 A4용지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블랙리스트를 직접 보고 '어처구니가 없어 사진을 찍어뒀다'는 진술을 하기도 한다.

문제의 명단은 ▲2012년 문재인 대통령후보 지지선언 6517명 ▲2014년 6월2일 세월호 시국선언 754명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지지선언 1608명 ▲2015년 5월1일 세월호정부시행령 폐기 촉구 서명 594명 등에 참여한  9473명의 이름이 올라가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명단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하고 있다.

염 의원은 해당 기사에 대해 "미묘하다. 마치 지지자 및 시국선언자 명단들과 블랙리스트 명단이 각기 다른 것같은 느낌을 풍긴다"며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마치 반론을 제기할까봐 미리 일부 오픈시켜둔 것 같은 뉘앙스"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언급된 사건과 명단을 국감 현장에서 직접 인터넷 포털 검색을 통해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 뒤 "블랙리스트란 건 아주 핵심인물에 대해서만 하는데, 이 명단은 약 1만명이나 된다"며 "어떻게 목록도 똑같고 총 인원수도 9473명으로 똑같다. 블랙리스트에서 인터넷으로 옮겼다고 해도, 반대로 인터넷에서 블랙리스트로 써서 옮겼다 해도 상식적으로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는 전날(12일) 문화예술인 9473명의 블랙리스트 존재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냈으나, 한국일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인원은 6367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과거 문화예술인들의 문재인·박원순 후보 대규모 지지선언 보도 또는 세월호 시국선언·정부시행령폐기촉구성명 보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인원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포털 검색 후 캡처


그러면서 "제 결론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명단을 블랙리스트라고 거론한 것이고, 헛소문으로 그동안 많은 이가 가슴앓이를 하게 한 것"이라면서 "누가 제보했는지, 문건이 존재하는지, 어떻게 사진을 찍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염 의원은 이날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정부 지원금을 수령한 문화예술인 목록 확인 결과 113명이 실제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돼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일부 예술인은 7억원을 상회하는 거액을 받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문재인후보 지지선언 예술인명단 18명, 세월호시국선언 11명, 세월호정부시행령폐기촉구 23명, 박원순후보 지지 61명 다 합해서 113명"이라며 "이분들은 블랙리스트에 나왔는데도 정부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이모씨는 2년간 7건에 (걸쳐) 7억5000만원을 받았고, 사모씨는 문체부 산하단체 임원으로 있으면서 그 예산도 많이 받았다. 전모씨는 한국을 대표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출전했다. 세월호시국선언을 했다는 문학인 모씨는 세종시 정부청사에 가서 직접 강연도 했다"고 조목조목 사례를 들었다.

또한 "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윤모씨는 영화진흥공사로부터 7억원을 받았다. 엄청난 돈"이라며 "문제가 된 이윤택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억4000만원을 받았다. 그래서 과연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보고받았다"며 명단에 포함된 예술인에 대한 정부 지원사례가 "총 100건이 넘는다"고 진술했다./사진=미디어펜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국감에서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게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지, 명단에 포함된 예술인들이 실제로 정부 지원금을 못 받았는지 물었다.

조 장관은 "없다고 보고받았다. 그리고 리스트는 항목별로 인터넷에 들어가면 누구든지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명단에 포함되고도 정부지원을 받은 예술인 사례가 "총 100건이 넘는다"고 답변했다.

전희경의원실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실제 전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조 장관의 답변이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이익을 주기위해 만들었다는 블랙리스트에 있는 사람이 버젓이 정부지원금을 받은 것이다. 이를 무슨 블랙리스트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 한국일보는 전날(12일) 문화예술인 9473명의 블랙리스트 존재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보도에서 지난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6517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밝혔으나, 실제 2012년 11월18일 대규모 지지선언에 참여한 예술인은 4110명이었다. 나머지 2407명에 대해선 과거 언론보도에서 참여자 수와 일부의 명단만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지지선언에 총 1608명이 참여했다고도 한국일보는 보도했으나, 당해 6월1~3일 릴레이 지지선언에 참여한 예술인은 909명이었고 나머지 699명의 지지선언여부는 언론에 보도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사진=포털 검색 후 캡처


한편 한국일보의 12일 '블랙리스트 확인' 보도에 언론보도 짜깁기 의혹을 자아내는 점이 발견됐다. 문재인·박원순 지지선언에 참여했다는 예술인 중 3100여명의 명단을 직접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과거 언론에 보도된 것과 동일한 참여자 수만을 명시하고 있거나 참여 사실 자체가 증명되지 않는 인원이 존재한다는 것.

한국일보는 문재인 대통령후보 지지선언 참여자를 6517명이라고 소개했으나, 실제로 대규모 지지선언이 있었던 2012년 11월18일엔 4110명만 참여했고 공개한 명단도 4110명의 이름만 존재한다. 최근 대표적으로 논란이 된 이윤택·박근형 연출가는 이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나머지 2407명의 경우 경남 문화예술인 869인, 전북 문화예술인 115인, 부산 문화예술인 423인, 서울연극협회 1000인 등을 합한 것으로, 과거 언론보도를 통해서 지지선언 사건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명단이 전원 공개되진 않았다.

특히 이 중 '서울연극협회 1000인'의 경우 2012년 12월7일 513명만이 당시 명단과 함께 문 후보 지지 성명을 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실제로 1000명을 달성했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 사진=포털 검색 후 캡처


또한 박원순 후보 대규모 지지선언도 2014년 6월1일~3일 단 909명의 문화예술인만이 참여했으며, 사건 당시 이를 보도한 언론에서도 909명의 명단만을 소개했다.

한국일보에서 명시한 추가인원 71명과 여성 문화예술인 628명, 이들과 앞서의 909명을 합한 1608명이 참여했다는 공식 보도는 블랙리스트 보도 이전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699명의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다.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의 참여 여부와 규모의 실체를 파악·증명할 수 있는 쪽은 정부·청와대측보다는 지지행동에 나선 것으로 최근에야 알려진 문화예술인들 당사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