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언론노조 판으로 만들려는 야당의 방송법 개정 주장
   
▲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지난 주 국회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다그치던 야당 의원이 마련했다는 방송법 개정안 내용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개정안에 담긴 노골적인 의도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방위 국감 때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은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양대 공영방송 녹취록 사건을 핑계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질문했던 모양이다.

기사에 나온 최 의원 발언은 이렇다. "방송법 4조에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개입 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지난 MBC 녹취록, KBS 보도개입 사건에 대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을 했다"며 "MBC 녹취록 때는 내부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고 하더니, 청와대 홍보수석 KBS 보도개입 사건이 나오니까 고발된 사안이라 방통위가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아마도 최 의원은 방통위 잣대가 일정하지 않다는 걸 지적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황당한 얘기는 그 다음에 이어진다. "그래서 방송법 4조 앞에 '정부 및 특정집단 관계자, 방송사 임직원 등'이라는 걸 붙여서 개정안을 마련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단다.

방송법 제4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내용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①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②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③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그 성명을 방송시간내에 매일 1회 이상 공표하여야 하며,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④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 방송법 개정은 언론조조의 방송장악 음모에 놀아난 것이나 다름 아니다. 진은 야 3당 의원들이 지난 7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동발의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 모습이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권미혁, 국민의당 김경진, 정의당 추혜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김성수, 문미옥,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를 위한 방송법 개정은 언론 죽이기

최 의원 질문에 최성준 위원장은 "저희는 관계가 없지만 그렇게 되면 방송사 임직원도 규제·간섭을 해서는 안 되는데 이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라며 "방송사 직원이 편성·제작을 하는데 규제·간섭을 못하면 어쩌나"라고 말해 최 의원 개정안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MBC 출신 최명길 의원의 저 방송법 개정안은 요즘 유치원 애들도 비웃을 유치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소위 보수정권이 임명한 방송사 임원진 때문에 노조가 만들고 싶은 대로 방송을 만들지 못했다는 피해의식, 야당에 유리한 방송을 못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내용이다. 최 의원은 방송법 4조 앞에 '정부 및 특정집단 관계자, 방송사 임직원 등'을 붙이겠다고 하는데 공정하려면 방송사 노조도 넣어야 한다. 유치하긴 하지만 임직원을 겨냥한 문구를 굳이 넣겠다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편파적인 언론노조도 넣어 이들의 방송편성 간섭도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필자는 오랫동안 우리 기자들과 같이 지상파 방송사 특히 공영방송 내의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얼마나 정파적이고 이념편향의 집단인지 고발하는 기사들을 써왔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들은 공영방송 사의 주인이 마치 자신들인 양 언론플레이를 해왔다. 자신들이야말로 이 나라 이 사회의 정의이고 선이고 공정함의 전형인 것처럼 주장해왔다는 얘기다.

보수정권이 임명한 임원진은 자신들이 타도하고 무너뜨릴 악의 무리처럼 규정하고 싸웠다. 무슨 공정방송투쟁이니 하는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 내부 혼란들이 거의 그런 식이다. 보수적 주장이나 노조의 편향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악다구니처럼 들러붙어 매도하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최 의원이 주장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런 노조에 방송사를 내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방송사 임원진이 편성 제작에 말 한마디 해선 안 된다는 저런 규정을 넣는 건 그저 자리에 앉아 노조가 원하는 대로 도장이나 찍어주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란 얘기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야당이 보수정권 언론정책에 불만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언론노조로부터 받는 압박 때문인지 둘 다인지 모르겠으나 계속해서 황당한 주장들을 많이 하는데, 여러 말 할 것 없다. 언론자유와 독립, 공정방송을 위하고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정말 원한다면 자기세력에 유리하게 공세를 할 게 아니라 진짜로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임원진의 개입도 막고 언론노조의 개입도 철저하게 막으면 된다.

실제로 이게 가능한지는 몹시 의문이나 어찌됐든 야당 주장대로 할라치면 논리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방송사 언론노조가 종북정당과 연대할 정도의 이념정치투쟁에 매몰돼 있는 극단의 노선을 버려야 한다.

편향된 강령과 규약을 고치고 순수노조로 돌아갔을 때 비로소 노사 간 건강한 긴장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이 나라 보수세력을 타도 대상으로 보고 방송을 선동의 도구로, 자기들 입맛과 아귀에서 놓지 않겠다는 의도의 어떤 주장도 감시와 견제의 대상일 뿐이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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