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모든 기업의 창의적 활동 허용…신산업 고부가가치 산업 자유 허해야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 성문법 체계의 특징은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인 사항을 나열하는 “허용사항 열거방식”(Positive System)를 취한다. 법률은 물론, 시행령, 시행규칙, 각종 지침 및 관리규정 등에도 가능한 행위만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는 성문법의 체계와 더불어 판례법을 중시하는 이원적 체계로 운용되고 있으며, 규제대상으로 명시된 것 외에는 거의 모든 것을 허용하는 이른바 “금지사항 열거방식”(Negative System)를 원칙으로 한다. 네거티브 규제란 금지되어야 할 근거와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모든 종류의 경제활동이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사고를 구현하는 방식으로서 원칙적으로 모든 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영업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극대화하는 규제방식이다.1) 

기술혁신이 최고의 가치인 시대

현대는 기술이 혁신을 주도하는 시대이다. 또한 AI, IoT 등 신산업,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의 시대이다. 신산업과 고부가가치는 기술혁신에서 나온다.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환함에 있어서의 장애는 규제이다. 전봇대론, 손톱 밑 가시, 암 덩어리, 규제는 잡초, 규제 단두대 등 현 대통령이 집권초기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집권말기가 되면 항상 흐지부지 된다. 규제개혁은 정부가 존재하는 한 영원한 숙제이다.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전환에는 기술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술혁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규제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한국에서는 기술규제조차도 Positive System을 취한다.2) 단일기술과 단일산업이 주종을 이루던 시대에는 포지티브 시스템도 유효하게 작동될 수 있으나, 융합이 본격화되는 시대에는 포지티브 시스템은 커다란 장애로 작용한다.

법과 제도가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못을 박아 놓고 산업과 사업, 관련 시장을 규정하면 창의적 아이디어와 융합기술에 입각한 사업을 다양하게 정의하여 발전시키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법률에서는 할 수 없는 것만을 규제하고 나머지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3) 

   
▲ 미디어펜이 20일 주최했던 '2016 신성장동력 플러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이 바꿀 대한민국 미래를 대비하라'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알아보고, 달라진 패러다임 속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고민하기 위한 심도 있는 고민과 토론이 이어지는 자리였다./사진=미디어펜

융합(fusion)의 시대

현대는 또한 융합의 시대이다. 융합의 시대에는 칸막이가 없어야 한다. 칸막이는 과거 단일기술, 단일산업, 단일규정, 단일소관이 통하던 시대의 산물이며 융합의 시대에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있는 칸막이식 사고에 익숙한 행정은 규제의 최고봉이다.

산업부가 만들면 미래부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통은 없다. 공인인증제도는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변경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신산업은 기존산업과 갈등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로켓배송, 우버택시, 도심심야버스, 핀테크, 원격진료, U-Healthcare, 3D Printing 사업 등 모든 사업은 기존의 사업과 충돌한다. 이것은 모두 진입규제로 작용했다.      

속도감 있는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 행정부서의 추진력, 법적인 뒷받침이 중요하다. 특히 법적 시스템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융합의 시대에 기술과 산업속도는 매우 점점 빨라지는데 비해 규제대응은 느리고 또 후행적이다.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negative system 뿐이다.

이제는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것은 허용하는 시스템인 negative system 으로 전환함으로써 신산업을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융합의 시대에 positive system을 고집하는 것은 몰락을 재촉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무인비행기, 자율주행 자동차,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이룰 주역들인데, 이 분야에서의 기술의 원천은 모두 융합이다.

유의점

물론 규제완화가 능사는 아니다. 모든 규제가 철폐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네거티브 규제방식은 헌법 제10조에서 천명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기반으로 한 일반적 행동자유권(allgemeine Handlungsfreiheit)은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헌법 제37조제2항에 따른 국가안전보장ㆍ공공복리ㆍ질서유지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

‘공익’(소비자보호, 건강, 환경 등)은 네거티브규제가 불가능하며, 특히 국가의 사회질서 유지 그리고 국민의 건강, 생명, 환경 등과 관련된 분야는 특히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적용하기 곤란하다.4) 국민 안전과 관계된 규제는 엄격히 지켜야 한다. 세월호의 선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여주고, 여객선의 객실의 증축허가 등의 행위에는 반드시 비리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 속도감 있는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 행정부서의 추진력, 법적인 뒷받침이 중요하다. 규제의 품질이 정부의 품질이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맺으며

규제의 품질이 정부의 품질이다. 퇴근 후 SNS금지규제나 5만원 이상의 선물 규제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규제이다. 면세점 허가제도, 기업합병 승인제도, 기업의 일반집중 규제는 공무원의 권력을 확인시켜주는 것 외에는 기능이 없는 규제이다. Negative system을 도입함에 있어, 우선 각 부처별로 적용가능한 사업분야를 선정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네거티브 방식이 국민에게 주어진 자유권적 권리를 보다 확장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최근 규제완화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정부도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의 전환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규제방식의 적용은 단순한 법 형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방식이 만능은 아니다.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취하더라도 실질적인 금지사항의 내용을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하며, 금지사항을 포괄적으로 또는 추상적으로 규정하여 재량을 불필요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원소연, 홍준형, “네거티브 규제의 성과와 개선방안”, KIPA 연구보고서 2015-02, 한국행정연구원, 2015, 13면.

2) 심영섭, “창의와 융합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방향”, 「규제연구」, 제22권 특집호, 2013. 9, 21면.

3) 심영섭, 상게논문, 22면.

4) 同旨, 원소연, 홍준형, 전게논문, 16면.


(이 글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0월 20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법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포지티브 제도에서 네거티브 제도로’ 법체계를 바꾸자 제1차 연속세미나에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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