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오' 대신 '한경조' 된 한겨레·경향·조선일보 정권 공격 삼두체제
   
▲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가 10월 10일 정례 회의에서 조선일보 한 달 동안 나간 보도에 대해 평가하고 토론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토론에서 지적이 나왔다는 내용들은 이거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보도가 줄었고 비판 수위도 낮다는 것,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감찰내용누설 의혹사건에서 검찰이 조선일보 기자 휴대폰을 압수한 것은 언론자유 침해인데도 보도가 잘 안됐으니 지금이라도 심층 보도해야 한다는 것, 사드 배치와 경주 지진, 살균제 치약 보도, 기타 보도의 문제점들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슈 보도 중 조선일보가 크게 다룬 건 우 수석 건과 기자 휴대폰 압수 건이다. 이 부분 분량도 많지만 내용은 더 재밌다. 이름을 밝히지 않아 어떤 독자위원이 지적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컨대 이것이다. '한겨레신문 보도하는 것 봤느냐, 조선일보도 몸 사리지 말고 한겨레신문처럼 보도하라.' 아래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그 부분을 옮긴 것이다.

"송희영 전 주필 사건 이후 우병우 수석과 청와대 관련 기사가 타 언론에 비해 적고 비판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혹시 청와대 권력과의 암묵적 화해 모드로 가는 것이라면 정론지 조선일보가 갈 길이 아니다. 보수 정론지로서 정부의 안보·국방·외교 정책은 옹호하더라도, 부정·부패·비리는 철저히 추적해 독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런 독자권익위 지적 탓인지 몰라도 요새 조선일보의 우병우 때리기는 안 그래도 볼만했다.

야당의 공격용 발언은 충실히 받고 국감에서 나온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하필이면 넥슨 김정주 부친의 집을 샀던 억세게 운 나쁜 사나이 김주현 대검차장까지 엮어 다 꺼진 불씨이나 "우병우·진경준·김정주·김주현 등 4명 모두 이 모든 게 우연이냐"며 조선은 열심히 바람을 잡는 모습도 보였다. 우 수석 건이 과연 조선일보 독자위원 말대로 부정부패비리 사건인지 아니면 조선일보 게이트와 관련 있는 것인지는 몹시 의문이나 어찌됐든 우병우 보도는 그렇다 치자.

   
▲ 요즘도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한겨레신문을 읽는 것인지 경향신문을 읽는 것인지 착각이 들 때가 많다. 외교안보를 제외하고는 이런 좌파신문이나 조선일보 기사에서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김진태 의원이 송희영 전 주필부인이 대우조선 선박명명식에 참석한 사진을 폭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조선일보의 태도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조선일보는 마치 신문독자위원의 지적이 나와서 '정론지 답게' 우 수석을 열심히 비판하는 것처럼 모양을 잡았다. 그런데 이게 좀 웃기지 않나. 조선일보가 독자위원 충고를 충실히 따르는 신문이라면 9월 정례회의에서 나온 지적은 왜 싹 무시하나. 그때 [송희영 전 주필 문제 관련]에서 독자위원들은 어떤 지적을 했나.

사과문이 미흡했고 독자만이 아니라 국민에게도 사과해야 한다,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 우병우 보도와 주필 사임과 인과 관계를 독자들은 궁금해 하니 사실이 아니라면 입증해야 한다, 팩트를 밝혀 조선일보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자기 식구 감싸기 하지 말고 정확히 보도해야 한다, 주필 외 다른 기자들의 의혹은 없는지 밝혀야 한다,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 등등 여러 지적과 비판이 있었다. 이중 독자위원들이 지적한대로 조선일보가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실행한 게 있나. 조선일보는 자사 전 주필 문제는 여전히 남의 신문사에서 벌어진 이야기인양 모른 척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경영진 대국민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사과문조차 올리지 않았다. 고위 경영진이 우 수석에 민원을 넣었다 거절당해 보복하는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과 의구심도 풀어주지 않았다. 그러더니 10월 독자위원 누군가가 우병우를 열심히 때리라 주문하니 이건 또 기가 막히게 실행한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속보이는 태도 아닌가. 정론지답게 부정부패 비리사건을 열심히 파는 일에 충실한 조선일보라면 엄밀히 말해 송희영 건을 파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사건이야말로 어쩌면 검찰보다 조선일보가 가장 잘 파헤칠 수 있는 것 아닌가. 진짜 보도해야 할 것은 팔이 안으로 굽어 하지 못하면서 대통령 청와대 친박 우병우 검찰을 향해서는 있는 사실 없는 사실 건수만 나오면 공격해대느라 바쁘다. 김주현 대검차장 건처럼 넥슨 이름만 나왔다하면 사실확인보다 일단 다짜고짜 엮어 비리가 있는 사람처럼 몰아대기 바쁘다. 조선일보의 이런 선동은 정론지가 취할 상식적인 자세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성보다 맹목의 조선일보 한경조로 타락

입 아픈 얘기지만 요즘도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한겨레신문을 읽는 것인지 경향신문을 읽는 것인지 착각이 들 때가 많다. 외교안보를 제외하고는 이런 좌파신문이나 조선일보 기사에서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겨레신문(친박 실세는 봐주고 야당만 잡는 '친위대 검찰')-경향신문(선거사범 이중잣대, 청와대와 검찰의 합작품인가)-조선일보(선관위 고발 親朴까지 봐준 검찰, 조직이 이상하다)] 이 기사들에서 어떤 차이가 느껴지나.

또 이런 기사는 어떤가. [한겨레신문(명분도 논리도 없는 우병우 국감 출석 거부)-경향신문(청 "전례 없어 민정수석 못 보낸다"는데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전해철 국감 출석)-조선일보 (김영한 수석땐 국회 출석해야 한다던 靑… 우병우는 안된다?)] 기사들을 훑어보면 이 세 언론이 엇비슷한 논조로 늘 대통령과 청와대 우병우 친박 검찰을 일방적으로 패대기를 치는 꼴을 목도하게 된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조선일보가 권력을 비판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필자도 언론의 역할이 뭔지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경오’에서 오마이뉴스가 빠지고 조선일보가 무슨 그 자리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한경조’가 돼 편파보도의 짝꿍처럼 놀아서야 되겠느냐는 얘기다. 정권과 공직자 한 사람을 아예 매장이라도 시켜버리겠다는 듯 이렇게 지독스럽게 편파적이고 일방적으로 불공정해서 되겠느냐는 뜻이다.

넥슨 강남땅 거래 이후 도대체 지금까지 나온 게 뭐가 있나. 파편적인 사실을 얼기설기 엮어 추측하고 밑도 끝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선 공직자와 그의 가족들을 시궁창에 박아 넣듯 매도했다. 그리곤 의혹이 있으니 날이면 날마다 물러나라 닦달을 한다. 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마치 거대한 부정한 집단 인양 비난하면서 날이면 날마다 공격해댄다. 한경조를 필두로 거의 전 언론이 따라 보도 하면서 이지경이니 대통령 지지율이든 여론이든 흔들리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몇 달을 우병우 털어대듯 조선일보 경영진 논설위원들을 털어댔다면 조선일보는 과연 지금 간판이라도 멀쩡할까. 이런 의구심은 필자만이 아니라 작금 조선일보를 바라보는 보수세력 전반에도 널리 퍼져있는 문제의식이다. 더군다나 송희영 사건이 있지 않나. 자사 출신 언론인이 저지르는 부패 하나 감시하는데도 실패했고, 남들 기사 쓸 때 혼자 감쌌다.

미운 놈 의혹은 털끝만한 것이라도 물어 생매장을 시키려 들면서 자기식구 의혹엔 너무나 관대하다. 조선일보가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을 열심히 따라 보도하면서 중앙일보처럼 스탠스를 옮기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이 아닌 조선일보를 찾는 독자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있다. 청와대와 우병우 비판 좋다. 그러나 비판의 상식으로 돌아가란 얘기다. 적어도 조선일보를 보면서 독자들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은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정신차려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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