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인사 마무리 되면 비상경영 체제 본격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워룸(war room)’까지 언급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을 주문했다. 

   
▲ 최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박3일간 진행된 CEO세미나에서 워룸을 설치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SK그룹


21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박3일간 진행된 CEO세미나에서 워룸을 설치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계열사별 약점과 강점을 숨기지 않고 서로 공유할 수 있어야 문제에 직면한 회사의 경영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CEO들에게 강조했다.

워룸은 군대의 작전지휘본부와 같은 역할로 각 계열사의 경영 상황을 공유하고 변수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비상경영상황실’에 해당한다. 이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경영 위기를 그룹차원에서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16개 계열사에 워룸을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이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을 ‘전쟁’에 비유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변화를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도 기업 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며 “많은 관계사들의 비효율이 심각하다. 대부분 관계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에 1 미만”이라며 “지금이 전쟁 상태라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번 최 회장의 워룸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 최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박3일간 진행된 CEO세미나에서 워룸을 설치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SK그룹


SK그룹 각 계열사 CEO들은 그동안의 사업구조 혁신 노력이 ‘변화를 위한 변화’에 그쳤다고 자성하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M&A는 물론 주요 사업조직의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전진 배치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핵심 사업의 글로벌 파트너링 강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 신기술 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처럼 계열사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워룸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따로(관계사)가 변하면 같이(그룹)도 변해야 한다. 사업 모델이 위협받거나 다른 것으로 전환되는 옵션을 스스로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사업이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사업을 담당하는 임직원만이 아닌 CEO가 직접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한다”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이 그룹의 혁신과 변화를 강도 높게 주문해온 만큼, 연말 인사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각 사에서 비상경영 체제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SK그룹 관계자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경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라며 “각 계열사마다 워룸을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으며 연말이나 내년부터 그에 따른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