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수출 의존도 높은 우리기업 아직은 투자에 집중할 시기"

지난해 삼성전자가 배당을 1% 수준으로 늘린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경쟁사인 애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란 이유였다.

그러나 그동안 성장주로 인식되던 삼성전자의 이같은 변화는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는 하나의 '사건'으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직 배당에 치중할 때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배당을 등한시 해도 된다는 의견은 아니지만 배당만 지나치게 '강조'하다가는 자칫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전경./뉴시스

◇ 투자자 배당에 대한 관심 '고조'...배당주 펀드 '인기'

27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국내에 설정된 배당주 펀드 132개의 순자산은 총 2조5,566억원으로 집계됐다.

배당주 펀드는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지급된 배당금)이나 배당수익률(배당투자로 얻는 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투자해 매매차익과 배당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펀드다.

배당주 펀드의 순자산은 2012년말 1조5,401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부터 수탁고가 급증하면서 2013년말 2조5,877억원으로 1년 사이에 무려 68%인 1조4,77억원이나 늘어났다.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이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2012년말 64조4,688억원에서 2013년말 59조9,766억원, 1월말 현재 58조270억원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배당주 펀드의 약진은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과 더불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은 9.82%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1.23%를 크게 웃돌았다. 코스피가 1% 이상 하락한 것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을 거둔 셈이다.

◇국내 상장사 배당수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배당수준은 과거보다도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해외 유수의 기업과 비교했을 때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은 13.1%로 2004년말 20.7%에 비해 대폭 낮아졌다. 배당수익률 또한 1.1%로 2004년말 2.1% 대비 감소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배당수준은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낮게 나타났다.

2011년 기준 미국의 배당성향은 38%, 영국 48%, 캐나다 58% 등으로 선진국 평균은 49%, 인도네시아 48%, 멕시코 31% 등으로 신흥국 평균은 4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낮은 이유가 그동안 우리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인 설비투자 확대로 외형적인 사이즈를 키우는데 치중하다보니 배당에는 다소 소홀했던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배당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성장률이 높던 시기에는 배당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뀐 만큼 기업들이 배당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사, 배당과 투자 균형 잡아야...현재로써는 투자가 '우선'

증시 전문가들은 배당을 많이 늘리거나 설비 투자를 늘리는 것 모두 기업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배당도 늘리지 않고 투자도 하지 않고 오로지 내부 유보를 하며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는 것이라는 지적한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배당을 하던 투자를 하던 현금을 유보하지 말고 써야 된다"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현금을 많이 쌓아놓았는데 배당이든 투자든 돈을 좀 써라는 것이 시장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 시장의 요구는 배당보다는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때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은 투자자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없을 때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아직 계속 투자를 늘려서 성장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떄라는 지적이다.

교보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최근 저성장 우려가 대두되면서 기업들에게 배당을 늘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가 규제 개혁을 꺼내드는 것은 기업은 투자를 개인은 소비를 해달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며 "그동안 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현금을 내부에 쌓아왔었는데 이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기업이 고용과 투자에 나서달라는 언질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지적은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배당이 짜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섬성전자도 우리 경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배당에 치중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배당과 투자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도 우리경제의 한 부분임을 생각한다면 배당과 투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지난해 30조원 넘게 순익거둔 기업이 지속 성장을 위해 양측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 중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