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독트린 주한미군 철수·김일성 남침 도발·중화학공업화 난제 해법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10월 유신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행위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사안으로 ‘박정희의 모든 공을 덮는 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0월 유신에 대한 극단적인 비판은 서구식 민주주의 그 자체를 국가와 민족의 경제적 번영을 희생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지고의 선, 마치 하나님으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는 사실은 무슨 최상의 모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마다 각자의 번영을 위해 변용,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제도적 수단이다. 그리고 최근의 복잡계 과학관은 그동안의 시각이 재검토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의 공과 과라는 것은 분리해서 보기가 극히 어려운 문제이다. 세상만사가 모두 나비효과로 표현되는 복잡현상(複雜現狀)이기 때문이다. 아마존강 유역의 조그만 나비의 날갯짓들이 모여 다음날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자연현상, 사회현상, 생명현상과 인간행동도 모두 복잡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의 복잡성은 원인과 결과가 일의적이고 단선적으로 공은 공을 낳고 과는 과를 낳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과와 공이 만나면 시너지효과를 통해 비선형적으로 더 큰 공을 낳기도 한다. 그래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커지는(1+1>2) 복잡계 창발현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공과 과를 굳이 구분하고자 하는 태도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따지면 뉴턴적인 환원론적(還元論的) 사고의 결과이다. 복잡현상인 인간은 100조가 넘는 세포 덩어리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환원론적 사고에 의하면 인간을 이해하려면 인간 몸체를 구성하는 세포를 그것도 더 환원해서 세포를 구성하는 최소 입자를 분석해 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결과는 무엇인가? 모든 인간은 세포 덩어리로서 모두 똑같은 화학 물질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인간은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세포 덩어리에서 비선형적으로 창발(創發`emerge)한 최고의 고등생명체이며 인간 모두는 다 서로 다른 객체로서 존재한다. 세포가 만나 고차원의 조직이 만들어지고 조직이 만나 더 고차원의 조직이 생기고 궁극적으로 세포 덩어리가 최고의 고등동물인 인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 5.16혁명도, 10월 유신도 없이는 박정희의 위대한 대한민국 건설이 가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사진=미디어펜


경공업으로 수출혁명을 이루고 이제 중화학공업화로 산업혁명과 동시에 자주국방을 달성하여 조국 근대화를 완결하려는 박정희 대통령이 처한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회고해 보자.

닉슨 독트린으로 주한 미군이 철수하고, 김일성의 남침 도발은 매년 격화되는 와중에 국내 정치계와 학계는 하나같이 이러한 박정희식 산업혁명과 조국 근대화에 반대하고 있었다. 또한 중화학공업화는 엄청난 비용과 고급 인력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 20세기 그 어느 국가도 성공하지 못한 산업혁명의 난제 중의 난제였다.

생사를 건 5·16혁명으로 조국 근대화의 깃발을 든 박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감히 10월 유신 같은 선택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목숨을 건 제2의 혁명을 다시 한 것이다.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을 막아 국가를 지키고 궁극적으로 조국 근대화 산업혁명을 완결하여 자유민주주의 기반을 공고히 구축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10월 유신이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사건들을 과와 공으로 나누어 선형적으로 합하면 아마도 영이 되거나 평가가 박하면 마이너스, 즉 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을 비선형적으로 합하면 과와 공이 만나 시너지를 내어 공을 만들고 과와 과가 만나 시너지를 통해 공도 만들고, 공과 공이 만나 더 큰 공을 만들면서, 위대한 대한민국이 탄생하게 된다.

박정희의 모든 통치행위의 전체적인 합은 플러스 무한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비의 날갯짓이 모여 토네이도를, 세포가 모여 인간이라는 고등동물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오랫동안 뉴턴적인 환원론적 사고에 젖어온 우리 지식인 사회가 당장 이런 사고를 쉽게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진실은 복잡성 과학의 편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5.16혁명도 10월 유신도 없이 박정희의 위대한 대한민국 건설이 가능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 박정희 대통령의 '10월 유신'에 대한 극단적인 비판은 서구식 민주주의 그 자체를 국가와 민족의 경제적 번영을 희생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지고의 선, 마치 하나님으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다./사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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