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오는 27일 임시주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나설지 주목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라운제과는 지난 21일 식품제조·판매를 담당하는 식품사업 부문을 인적 불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하고, 존속회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분할 존속회사는 지주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로 명칭을 바꾸고 투자와 브랜드 사업에 집중하며 신설회사 ‘크라운제과’는 식품제조와 판매 사업을 맡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크라운제과의 인적분할을 두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현재 크라운제과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27.4%, 관계사인 두라푸드가 2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는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다. 윤 대표가 윤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막대한 상속세를 물어야할 상황인 것이다. 24일 종가(3만2200원)으로 계산하면 윤 회장의 지분가치는 1230억원에 달한다.

   

대신 윤 대표는 지분율 59.6%로 두라푸드의 최대주주다.

이에 따라 크라운해태홀딩스 중심의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지분교환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지분 매각을 통해 두라푸드는 지주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자연히 윤 대표가 크라운제과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그간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주주제안 내용이기도 하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60%에 불과한 상태여서 삼성 측으로서는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

이처럼 인적분할을 통한 경영권 승계가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단숨에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면서 다른 기업의 인적분할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대한항공을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사업회사인 대한항공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자사주 6.75%가 한진칼로 승계돼 조양호 회장 일가의 대한한공 지분율이 9.87%에서 16.62%로 껑충 뛰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인적분할이 상속세 이슈보다는 지분율을 안정화시킨다는 점에서 대주주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분교환과 가치산정 등을 통해 대주주가 추가 자금 투입 없이도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경우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할 것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온다. 현재 SK그룹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로 인수·합병(M&A) 등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회사)를 거느릴 경우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즉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관련 기업 M&A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분을 모두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SK텔레콤 투자회사를 SK㈜ 흡수합병해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격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SK그룹 측은 SK㈜의 최대주주(23.40%)인 최태원 회장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주가 측면에서도 인적분할은 나쁘지 않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인적분할 된 상장사 27곳을 분석한 결과 분할 공시이후 9개월이 지나면 주가가 평균 90.86% 올랐다. 인적분할을 통해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배당성향 상향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을 하면 그간 감춰뒀던 사업가치가 살아나면서 분할비율에 따라 오너 지분율이 3~10배까지 늘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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