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지쳐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왕 뛰는 것 열심히 해야 한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 이어 쉼 없이 전국체전을 소화하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 무리한 일정에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 이승훈/뉴시스
 
이승훈은 27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5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우승 후 "많이 피곤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입에 올렸다.
 
소치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본진은 몇몇을 제외하고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소치를 빛냈던 국가대표들은 별도의 휴식 시간 없이 대부분 이번 동계체전 출전을 결정했다.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한 이규혁(36·서울시청)과 김연아(24), 올림픽 도중 어깨를 다친 이강석(28·의정부시청) 등 몇몇 만이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을 뿐 나머지 대부분 선수들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25·서울시청)와 모태범(25·대한항공) 역시 이번 체전에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컨디션 난조 등을 이유로 이날 오전 500m 종목을 건너 뛰기로 했다. 모태범은 1000m까지 기권해 체전을 통째로 쉬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리한 일정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5,000m를 소화한 이승훈도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경기를 마친 뒤 인터실을 찾은 이승훈은 무리한 출전이 아니냐는 물음에 "쉬고 싶기는 했지만 어차피 (시즌)마지막 대회니까 대회 끝나고 푹 쉴 예정이니 괜찮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경기를 기권한 동료들의 입장도 이해했다.
 
그는 "올림픽이 평범한 대회도 아니고 해서, 선수들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지쳐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가 있으면 뛰어야 하는 것이 선수"라면서 "이왕 뛰는 것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훈은 이번 동계체전을 끝으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한다.
 
37일부터 9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와 314일부터 16일까지 네덜란드 히렌벤에서 예정된 월드컵 파이널이 있지만 모두 건너 뛰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번 시즌을 돌이키면서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첫 경기였던 5,000m와 마지막 경기였던 팀추월 마지막 경기를 가장 잘 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5,000m에서 제 기대에 못 미치고 충격적인 기록이 나왔다""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준비가 잘 됐다고 생각했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평창올림픽을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기간 중 네덜란드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돼 친분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선수들끼리 사이는 모두 좋다. 사진 찍는 것이야 누구든 같이 찍어준다. 특히 네덜란드 선수들은 우리한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넬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