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지난 8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도입에 관한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보다는 적절한 손해배상 산정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한경연은 이날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확대도입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보다는 적절한 손해배상 산정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와 법체계가 유사한 유럽연합에서 미국식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포기하고 그들의 법문화에 적합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듯이 우리도 체질에 맞는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발제자로 나선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의 도입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법체계 자체를 심각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최근 하도급법 등 일부에서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전혀 기대효과에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법원의 손해배상 산정기준을 정상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정공법"이라면서 "학계나 정책입안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보다 민법상 올바른 손해배상 산정 기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인 문상일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활용하는 나라는 일부 영미법계 국가 외에는 거의 없고, 이들 나라에서조차 부작용 방지를 위해 고민 중인데 굳이 법체계가 다른 우리나라에서 도입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무리하게 확대 도입하기보다 손해의 기준과 범위에 피해자의 기회비용과 거래비용의 경제학적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법원의 실무가 개선되는 것이 근본적인 개선방안"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에 대해서는 EU도 포기한 미국식 집단소송제 대신 현행 선정당사자제도의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유사한 유럽연합(EU)에서 지난 10년간 있었던 집단소송제 개선논의와 그 결과물로 2013년 6월에 발표된 권고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실장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잠재적 피해자들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치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집단이 명확지 않아 무익한 소송을 유발할 위험이 커 처음부터 EU논의에서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상 선정당사자제도는 가입신청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소송제의 유형 중 하나"라며 "집단소송제 도입보다는 해당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도 "미국식 모델만 고집하는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입법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선정당사자제도는 원고 모집 과정에 시간이 걸리고 복잡하다는 점이 취약점인데 이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송 제기 의사가 없는 피해자까지 소송에 자동 참여시키는 미국식 제도 도입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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