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자세로 대응…대출심사도 깐깐해질 듯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김영란법 시행 한 달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유권해석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연합회의 경우 은행원이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권익위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현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은행들은 보수적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 신규대출 업무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 한 달을 맞았다. YS정부의 '금융실명제'와 맞먹을 정도로 큰 변화를 야기할 거라는 예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단 국민들은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성인 1009명에게 김영란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잘된 일'이라고 응답했다. 

   
▲ 김영란법 시행 한 달을 맞고 있는 가운데 현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은행들은 보수적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 신규대출 업무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미디어펜


그러나 시행 한 달을 맞이하는 지금 사회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약 10만 명에 달하는 은행원들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속하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국내 주요은행들로부터 질의서를 취합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 한 달을 맞고 있는 현 시점까지 답변이 오지 않아 여러 가지 해석이 난무하고있다.

김영란법 조항에 따르면 이번 법의 골자는 '공무수행사인'으로 분류된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법률은 '공무수행사인'을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자 △공공기관에 파견 나온 민간인 △공무상 심의‧평가 등을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공무수행사인으로 분류되면 민간인 신분이더라도 공직자와 똑같은 법 적용을 받게 된다.

은행원들이 공무수행사인에 속하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시중은행의 경우 민간기관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정부의 업무를 위탁 받아 처리하는 업무가 다수 존재한다. 국고금 수납, 외국인투자신고서 처리, 외환 취급, 나라사랑카드 업무 등이 그렇다. 

시중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은행원 A씨는 "정부 위탁 업무라고는 해도 단순 처리 작업이 많다"고 하면서도 "나라사랑카드 업무 등 영업경쟁이 치열한 업무도 있어서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어 보인다"고 인정했다.

권익위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은행 현장은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보수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안전제일'형 영업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시중은행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공연장 초대권 등의 선물은 진작 완벽하게 자취를 감췄다"면서 "저녁식사 약속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그나마도 과거부터 알고 지내던 분들과의 약속이 많다"며 업무가 위축됐음을 인정했다.

이 가운데 은행권의 '본업'인 대출 업무마저 보수적으로 변할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일부 사업자들에 대한 여신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미 금융당국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을 근거로 은행들의 대출에 제약을 걸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영란법 아후 매출에 직접 타격을 입고 있는 요식업체나 골프장 등이 여신축소 1순위로 지목을 받는다. 법 시행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실제 여신축소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향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존 대출이야 큰 변화가 없다 해도 신규 대출은 여신심사 강화 분위기와 함께 위축될 것"이라며 "안 그래도 보수적인 은행권의 분위기가 김영란법 시행 초반이라는 특수성과 맞물려 더욱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권익위가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줘야 현장의 혼란이 수습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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