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검찰측 '입수경위' 물음에 침묵…"노트 크기 물건을 굳이 버리나"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태블릿PC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포함한 청와대 문건을 사전에 받아봤다는 JTBC 보도와 관련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 줄도 모른다"고 입을 열면서 최씨가 태블릿의 실제 사용자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 제가 그런 것을 버렸을 리도 없고, 그런 것을 버렸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 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JTBC는 지난 24일 청와대 문건 유출 최초 보도에 뒤이은 보도에서 태블릿 입수 경위에 대해 "여러가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일부분이라도 공개를 해야될 것 같다"며 "취재팀은 사건 초기부터 최씨가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볼 만한 단서를 여럿 잡고 최씨의 행적을 추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최씨는 곳곳에 사무공간을 갖고 있었다"며 "그 중 한 곳에서 최씨 측이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고 하면서 두고 간 짐들이 있었다. 양해를 구해 그 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최씨의 PC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태블릿PC를 데스크탑으로 오해하기 쉬운 PC라고 지칭했고, 해당 사무공간이 국내인지 독일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26일 검찰에 해당 태블릿이 전달됐지만 JTBC는 입수 경로에 대해 함구했다. 검찰은 최씨 독일 집에서 확보된 것으로, 최씨가 태블릿을 경비원에게 버리라고 줬는데, 경비원이 이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을 내놓을 뿐이었다. 검찰이 출처를 독일로 간주하고 '어디서 입수했느냐'고 물었지만 JTBC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날 저녁 JTBC는 최씨 태블릿 명의는 청와대 미래수석실 뉴미디어 담당관 김한수 선임행정관이 지난 2012년 4월 설립한 법인 '마레이컴퍼니'로 돼 있으며 현재 PC에서 발견된 4건 문서의 최종 작성자 아이디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1인인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라고도 보도했다.

물론 김한수 행정관이 개통했더라도 그가 태블릿 사용자라고 볼 수만은 없다. 태블릿엔 5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었는데, '김한수'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사용자도 있어 김 행정관 본인이 사용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또 연합뉴스TV는 "최씨는 이 태블릿 PC를 고영태 K스포츠재단 전 상무가 들고 다니던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했다"는 최씨 국내 지인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60세 고령의 최씨가 데스크탑이 아닌 태블릿을 자유자재로 사용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노트 한권 크기에 불과한데다 중요 문서가 가득한 태블릿을 가져가지 않고 굳이 관리인에게 처분을 맡기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문제의 태블릿은 2012년형 제품으로, 수백억대 자산가로 소문난 최씨가 4년여 지난 최근까지 이를 들고 다니다가 굳이 독일인 관리인에게 황급히 처분을 맡겼고, 관리인이 한국인 기자를 만나 선뜻 건넸을 것으로 추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현재 최씨가 문제의 태블릿PC를 직접 사용했다는 아무런 단서도 없다"며 "책상에 놓는 컴퓨터도 아니고, 태블릿이라는 건 들고 다닐 수 있는데, 한두푼 짜리도 아니고 어디 갖다 버리기 힘들어서 빌딩 관리인에게 처분하라고 줬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말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누군가 최씨의 데스크탑에 있는 내용물을 태블릿PC에 옮긴 것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씨는) 제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진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 받은 적이 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은 있다"고 밝힌 것도 태블릿에서 발견된, 단순 연설문·홍보물에 그치지 않는 파일 200여건의 존재를 모두 설명해주진 못한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태블릿 내용물 중 최씨의 '셀카'도 들어있어 실소유주로서 사용했을 가능성은 없지 않다. 문서를 마지막으로 수정한 사람의 아이디가 딸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인 '유연'인 연설문이 발견된 점도 최씨와 아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최씨가 실소유주라는 스모킹건, 즉 부정할 수 없는 증거는 여태 발견되지 않은 셈이다.

한편 최씨 말대로 태블릿이 본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최씨 외의 경로로도 청와대 문건이 통째로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으로 파문이 더윽 커질 수 있다. 디지털 포렌식 부서에 맡겨 태블릿 내부 파일들이 실제로 청와대 내부에서 작성됐는지, 어떻게 유출·저장된 것인지 확인 중인 검찰이 조속히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